"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변화는 시작되었고 달라진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경남지역 여성단체들이 세계여성의날(3월 8일)을 앞두고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 선언 피해자 지지 선언'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8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도 '미투' 고백이 있었다. 서혜정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저도 여성폭력 피해자다. 중학교 때 학교를 마치고 늦게 집에 가는데, 중학교 남학생들이 지나가다 제 가슴을 만졌다"며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왜 제가 당해야 하는가. 그 경험 때문에 요즘도 혼자 밤길을 다니는 게 힘들다. 얼마 전까지는 그것이 제 탓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미투선언을 보고, 그것은 제 탓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서 대표는 "제가 여자이기에, 힘없는 약자이기에 당한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모든 여성들이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런데 남성은 그것을 폭력이라 생각하지 않고, 일상이거나 장난이라 여긴다. 이런 폭력이 난무하는 게 싫다. 여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경남여성연대 대표는 "미투 운동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성노동자부터 검사에 이르기까지 성폭력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하나도 없다. 침묵하던 여성이 서서히 말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용기가 전이되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뿌리 깊은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겪어 왔다. 오늘에야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며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차별과 여성폭력, 여성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차별의 적폐를 청산하고 근본적인 대개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윤소영 경남여성회 사무국장은 "오는 10일 오후 창원에서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는 경남여성대회를 열 것이다"며 "그런데 그 행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신청자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자 경남여성회 회장은 "미투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성폭력이 근절되는 그 날까지 이어질 것이다"며 "미투운동과 관련한 '특별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상담을 연결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적 지원을 위한 특별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회견문을 통해 "변화에 대한 열망은 거세다. 여성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세상은 끝났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가능케 했던 남성 중심 사회 구조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이들은 "여성들은 주권자 여성을 2등 시민 취급하며 여성의 경험을 삭제하고 사소화시키는 모든 것들과 싸워 이길 것"이라며 "2018년,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우리 여성들은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한 진보를 향해 계속 전진해 나갈 것"이라 했다.
여성단체들은 "우리 여성들은 연결되어 있으며, 연대할 것이고, 더욱 강해질 것이다. 여성의 경험은 사회의 기준이 될 것이다. 성평등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완성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달라진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나라의 기본 틀을 다시 짜는 성평등 개헌을 실현하라",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는 성폭력을 근절하라", "미투운동의 가해자들은 당사자에게 먼저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사법기관은 미투 고발사건 가해자들을 철저히 수사하라", "성폭력 피해자와 조력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 "누구도,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성 대표성을 확대하라"고 덧붙였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오는 10일 오후 창원에서 "성평등 한걸음 업(UP), 성평등 세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 미투"를 내걸고 행사를 연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창원광장까지 거리행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