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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출근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점심시간이 아닐까요? 그런데 점심값이 만원에 육박하면서 마음은 무거워지고 지갑만 가벼워졌다는 푸념만 들립니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가정경제도 휘청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대로 괜찮은지, 대안은 없는지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봐야 할 때 입니다. '점심값 만원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그 답이 있진 않을까요? [편집자말]
결혼 전부터 자영업을 해오던 남편은 2014년 가을에 직장인이 되었다. 입사 당시 식대 5천 원이 지원됐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만 해도 "5천 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집이 많다"고 했었다.

월급에 포함시키지 않고 회사 소유 카드로 지원해주는 데다가, 경우에 따라 5천 원 이상의 밥값도 공공연히 허용하고 있어서 남편은 내가 입금해주는 적은 용돈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와중에 점심 값 지원은 6천 원으로 올랐고, 그래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입사 초기에 정한 용돈대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봄 무렵부터 남편은 'SOS~!'를 요청하곤 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10만 원~20만 원을 더 넣어 주고 있다.

"(오늘 점심 먹은)그 집은 뼈다귀(해장국)건 황태(해장국)건 무조건 5천 원이라 월요일에는 언제나 그 집에서 먹어. 찾아보면 가끔 그 집처럼 5천 원 하는 집도 있긴 있는데, 요즘 밥값 다 올랐는데 정말 고맙고 반갑지. 왜 턱없이 싼 집들이 있잖아. 작년엔가? 밥값 좀 아껴볼까 3800원 OOO국밥 먹어봤거든.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 다시 배가 고파 일을 못하겠는 거야. 어찌나 맥이 풀리던지. 그래서 점심만큼은 그래도 좀 신경 써서 먹으려고 하는데, 5~6천 원 집들을 이젠 거의 볼 수 없네. 작년 초에는 그래도 좀 있었거든. 그래서 작년부터 천원이나 2천 원 더 내고 7천 원이나 8천 원짜리 먹을 때가 많은데, 문제는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많다는 거야. 올릴 예정이라고 써 붙인 집들이 많거든."

 남편의 용돈을 올려줘야 하나, 복잡한 계산만 되풀이하고 있다.
남편의 용돈을 올려줘야 하나, 복잡한 계산만 되풀이하고 있다. ⓒ PIXABAY

그런데 요즘 며칠 '용돈을 올려야 하나?', 복잡한 계산을 되풀이하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우리 부부는 딸을 데리고 밥을 먹었는데, 메뉴마다 몇 천 원씩 올라 있었다. 그날을 계기로 지난 며칠 남편과 점심 값 이야기를 몇 차례 나눈 후의 고민이다.

그동안 남편이 SOS를 할 때면 '휘발유 값이 올라서인가 보다. 어디 어디 갔다 와서 주유를 한 번 더 해야 하나 보다. 사사로이 좀 더 쓸 일이 있었나 보다'고 지레짐작, 그냥 입금하곤 했다. 사실 SOS가 잦아지면서 아예 용돈을 올려 줄까?의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선뜻 그리 하지 못한 것은 들어갈 곳 빤한 그리 풍족하지 못한 월급인 때문이었다.

"작년에 벌써 많이 올랐는데, 최저 임금 오른 것을 핑계로 다시 올리는 것도 같고, 올리지 말아야 할 것까지 덩달아 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느낌인데 최저임금 오른 것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른 것 같아. 그런데 문제는 계속 오를 예정이라는 거지. 밥값을 올려 주면 우리야 좋지만, 회사 사정이 빤하니 마냥 바랄 수만도 없고. 기름 값도 그동안 많이 올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1300원대(휘발유, 리터당)가 보였는데 이젠 1500원대뿐이니. 겨울엔 더 많이 들거든. 당신한테 말 안 해서 그렇지, 이번 겨울엔 정말 조마조마하더라고."

조금이라도 "싸다"는 곳으로 귀가 '번쩍'

남편의 월급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최근 몇 년 장바구니 물가에 그리 민감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청소년일 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뭐든 사다 날라야 할 정도로 식비가 많이 들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둘째까지 성인이 된 후 아이들이 집에서 먹을 일이 많이 줄어 전체적으로 먹는 양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랬건만, 몇 달째 마음이 영 불편해지곤 했었다. 장을 볼 때마다 '내가 잘못 알고(기억하고) 있었나? 저번엔 분명히 OO원 이었는데?', 잠시 혼란스러울 정도로 '의외의 가격'을 종종 느끼곤 했었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써볼까 생각도 했다. 조금이라도 "싸다"는 곳에 귀가 번쩍 뜨이곤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특히 며칠 사이에 생각이 더욱 복잡해졌다.

지난주에 딸과 공중사우나에 갔다. 며칠 후부터 이용료 인상을 알리는 내용의 안내문이 카운터를 시작으로 여기 저기 붙어 있었다. 2천원에 3개였던 구운 달걀은 이미 5백 원이 올라 있었고, 우유나 음료수들도 어림짐작 2백 원~5백 원씩 올라 있었다. 딸과 목욕을 끝낸 후 더러 가곤 했던 식당에 갔다. 그 집도 우리가 가지 않은 몇 달 사이 1천원~2천 원씩 올라 있었는데, 메뉴판 아래 조만간 인상 예정임을 알리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사실 그동안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때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반찬 가짓수를 줄인다던가, 구입한 식재료는 어떻게든지 100% 활용한다, 아무리 바빠도 해먹지 못했거나, 다 먹지 못해 버리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정말 해 먹을 것만, 좀 번거롭더라도 그때 그때 구입해서' 등, 이와 같은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와 같은 나름의 노력들이 거의 통하지 않는 형태와 수준으로, 이처럼 대중사우나 이용료나 미용실 요금, 기름 값, 가스 값, (몇 달 후 인상될 예정이라는)택시요금처럼 살아가면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것들까지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여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 중 또 하나는 얼마 전까지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농산물들을 얻어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깨나 마늘 같은 양념꺼리나 된장, 고추장, 감자나 과일 등까지. 고춧가루나 참기름 등과 같은 것들을 결혼 25년차 넘도록 한 번도 사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어지간한 것들을 말이다.

지난해 친정 부모님 두 분 모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 했다. 이를 계기로 몇 년 동안 놓자놓자 하면서도 막상 놓지 못한 농사를 놓기로 했다. 그리하여 상추 같은 푸성귀 정도 조금 해먹을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두고 모두 남에게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에 심은 마늘을 올 봄 나눠 먹는 것으로 이젠 더 이상 얻어먹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이웃이 나눠준 텃밭에 무엇이든 심어 먹고 있다. 그래서 늦은 봄부터 김장철 무렵까지 채소는 거의 사 먹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은 이젠 거의 사 먹어야 한다. 텃밭을 통해 어느 정도 스스로 가꿔 먹는다지만 나도 이젠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참기름 같은 양념들이나 감자처럼 심지 않는 것들은 사먹어야 하기 때문에 예전과 차원이 다른 지출을 해야만 한다.

부모님께 얻어먹는 것들이 물론 100% 거저는 아니었다. 그러나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을 가장한 대가에 비해 엄청난 풍족함이었다. 이미 몇 년 전에 팔순이 된 부모님이 편해질 수 있어서 좋은 한편 막상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런데 다른 형제들은 어떨까.

살림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건강한 재료임을 따지기에 앞서 고춧가루며 마늘, 된장과 같은 기본적인 양념들의 비중이 만만찮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것들을 100% 사먹어야 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그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그래서 양념들을 갖춰놓고 해먹을 때보다 사먹는 것이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사정들이 겹치다 보니 그동안 다소 무심했던 물가가 더 이상 편하지 못하다.

"요즘엔 어디 가나 올릴 예정이라는 안내문만 보여. 지금도 칠팔 천 원은 있어야 그래도 점심을 제대로 먹었다 생각인데, 이러다가 몇 달 가지 않아 정말 점심 값 만원은 당연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우리는 값싼 커피 마시지만 젊은 애들은 어디 그래? 함께 어울려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지출도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동안 그래왔는데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만원으로는 어림없다는 얘기인데, 그럼 어떻게 돈을 모으고, 결혼하고 애 낳고 그러겠어. 서울은 이곳(경기)보다 밥값도 다른 것들도 훨씬 비쌀 것인데…. 걱정은 걱정이다."

오르는 물가가 걱정스럽다

 오늘 출근하는 길에 남편의 어젯밤 SOS에 돈을 입금해줘야 한다.
오늘 출근하는 길에 남편의 어젯밤 SOS에 돈을 입금해줘야 한다. ⓒ pixabay

남편은 일주일 단위로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주는 일을 한다. 그래서 요일마다 다른 지역에서 밥을 먹는다. 그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인들보다 주머니 사정에 맞춰 먹고 싶은 집을 골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남편이 느끼는 점심 값은 부담스럽다.

남편 이야기를 들으며 먹을 것도 교육비도 한창 들어가는 청소년 둘을 둔, 전형적인 붙박이 사무실 직장인 가장인 남동생이 떠올랐다. 첫째는 밥값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직장에, 둘째는 4500원짜리 식권으로 구내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딸의 말이 조만간 오를 예정이라고 하지만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부담이 적을 가능성이 많다. 나 역시 별도로 점심 값이 나가지 않고 있다. 그러니 그나마 정말 큰 다행이다. 그래도 물가는 부담스럽다.

오늘 출근하는 길에 남편의 어젯밤 SOS에 입금해줘야 한다. 최저 임금이 오른 후 남편의 월급은 오르지 않았다. 이미 새롭게 책정된 최저 임금을 웃돌았던 월급이었으니 '최저 임금 오른 그만큼이라도'를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미 진즉부터 무엇이든 오른 그만큼 생활비는 나가고 있다. 아무리 계산을 하고 또 해봐도 명쾌한 답이 없는, 조금 오르는 물가만으로도 휘청일 정도로 부실한 서민의 삶이다 보니 새해 들어 너나없이 오르는 물가가 걱정스러울 뿐이다.


#외식물가#장바구니 물가#소비자 물가#최저임금#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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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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