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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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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아이패드 미니를 작은딸에게 줬습니다. 내 명의로 등록된 아이 패드끼리는 모든 자료가 연동되기에 딸은 아버지가 무엇을 하며 노는지 무슨 글을 쓰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지요. 또한, 전자책이 600여 권 들어 있으니 일하다가 머리 식히는 데는 그만입니다. 작은딸이 철학 서적을 즐겨 읽기에 전자책이 돈값을 합니다.

문득 아버지나 딸이나 어려운 게임하고는 무관하기에 건네준 아이패드가 궁금해서 '아이패드는 안녕하시냐?' 문자를 보냈더니 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딸과 문자로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어이 딸, 아이패드는 안녕하신지 모르겠네?"
"저장된 전자책 읽다가 요즈음은 아빠가 쓴 글 읽는데……."
"그래? 제대로 사용하는구먼."
"그런데 전자책보다 아빠가 쓴 글이 더 재미있어. 인물 열전도 좋고, 아빠 고향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고, 특히 아빠 얘기를 곁들인 시평이랄까? 아무튼, 면목동 엘레지의 시 소개하는 글은 정말 재미있는걸. 내 친구 중에 아빠 팬 많아. 오마이뉴스 아빠 기사에 '추천' 눌러주는 거 다 내 친구들이야. 히히."
"그래? 남들도 그러더라. 아빠가 쓴 글 재미있다고."
"헐……."

사랑하는 딸아, 아버지는 참 행복하다. 네 친구와 얘기를 해보면 아버지와 함께 연극을 보러 다니거나 놀러 다니는 일이 거의 없을뿐더러 대화조차 없는 친구들이 많은 걸 보고 아버지는 놀랐다. 아버지랑 너랑 맥줏집을 들락거리고 영화를 보러 다니며 시 한 편 놓고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하더구나.

시는 현실과 다르며, 따라서 우리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어떤 사람은 말하더라만 연극과 시 같은 문화생활을 함께 공유하며 아버지와 네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 말은 틀렸다.

함께 창틀에 턱을 괴고 둘이서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걸 보며 바람길을 짐작하고 이런 날은 서점 가서 놀다 오는 게 딱, 이라며 현관문 앞에서 아버지 구두끈을 고쳐 매주는 풍경은 세상 모든 아버지와 자식이 꿈꾸는 풍경이리.

사랑하는 딸아, 이른 봄에 피는 매화도 좋고 가을 깊어 피는 국화도 좋지만, 매화 피고 국화 피는 그 중간에 아버지의 신발 끈을 고쳐 매주며 네가 피우는 웃음꽃이야말로 꽃 중의 꽃이다.

오늘은 사랑하는 딸이 까르르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 아주 재미있는 시 하나 소개하마. 그리고 윤희상 시인의 '소를 웃긴 꽃' 시집이 없어졌더라? 또 친구들 생일 선물 했냐? 없는 살림에 아버지가 용돈 아껴서 사는 시집이다.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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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웃긴 꽃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태그:#모이, #딸바보, #아빠, #딸사랑,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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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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