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리아는 울부짖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8일, 시리아 정부는 40만 주민이 사는 동구타의 모든 출입로를 봉쇄한 채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폭격은 병원과 학교를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화학무기까지 사용됐습니다. 지금까지 사망한 민간인만 최소 1000명이며 그 중 200명 이상은 어린아이들입니다. 폭격에 살아남은 사람들조차도 질병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구테흐스 UN사무총장, 프란치스코 교황,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전 세계에서 휴전 중단 요구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지난 2월 24일 UN 안보리는 휴전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방관 아래 시리아 정부는 지금도 공습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와 미국, 이란과 사우디 등 강대국들의 군사개입이 핵심 원인이지만, 당사국 누구도 전쟁 중단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리아 학살의 주범, 러시아UN 문서만 봐도 러시아의 시리아 전쟁범죄 기록을 알 수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 이후 최대 사망자를 낳은 2012년 '홈스' 폭격, 2016년 민간인만 2만 명 넘게 사망한 '알레포 참사', 2017년 4월 사린가스로 민간인 100여 명이 한 번에 목숨을 잃은 '이들리브 참사'까지. 러시아 정부는 당시 유엔안보리 휴전 및 비난 결의안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또한, 러시아는 국제협약으로 금지된 무차별 살상무기인 '집속탄' 사용과 화학무기를 시리아 정부에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군사지원을 대가로 시리아 내 군사기지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시리아는 러시아의 전쟁 무기 시험장이기도 합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푸틴>에서 "러시아군이 시리아 내전에서 210종의 각종 무기를 실전 시험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세계의 '대리전쟁'에서 '직접 전쟁'으로 지난 7년 시리아 전쟁은 강대국들의 지원으로 반정부군과 정부군, 극단주의 세력과 쿠르드족 등이 대립하는 세계의 '대리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리아는 세계의 '직접 전쟁'이라는 문을 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 정부군에 의해 격추됐습니다. 이는 30여 년 만에 처음이었고,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군사시설을 폭격했습니다. 러시아 용병들은 미군의 폭격에 사망했는데, 냉전 시대 이후 최대규모의 미-러 충돌이었습니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쿠르드족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1만6000여 명의 지상군과 전투기를 투입해 시리아 북부 지역 침공 및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쿠르드족을 직접 지원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미국-터키 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시리아 정부는 이런 정세를 틈타 시리아 남부의 완전한 점령을 위한 '구타' 공습을 강행했습니다. '구타' 학살의 빌미를 제공한 강대국들은 전쟁의 규모와 그 피해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UN결의안에 따라 전범을 조사하라지난 7년간 시리아에서 숨진 사람은 35만여 명. 민간인 사망자만 10만여 명에 이릅니다. 이제는 비극을 끝내야 합니다. 전쟁을 멈추려면 전범 책임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2016년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시리아 전범 기소를 위한 '전쟁범죄 조사단'이 꾸려져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물론 전쟁을 키워온 미국, 러시아군 관계자도 조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7년, 박근혜-이명박 정부는 시리아 전쟁 종식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쟁과 학살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표명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이겨내고 촛불혁명으로 전 세계에 용기를 준 한국의 적임이자 책임일 것입니다.
지금 시리아 '구타' 지역에서 울부짖는 이들도, 난민이 되어 바다를 건너다 소리 없이 죽어가는 이들 모두 평범한 시리아 시민들입니다. 오늘도 시리아의 아이들은 마치 거울처럼 세계의 인간성을 비추고 있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은 학살을 중단해야 합니다. 러시아와 미국 등 강대국들은 지금 즉시 휴전을 이행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나눔문화 홈페이지(nanum.com)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