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민주평화당)에 오기까지 보름이 걸렸습니다. 근데 와보니까 바로 옆방이네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말에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첫 만남에 다소 긴장감 흐르던 분위기가 일순간 밝아졌다. 노 원내대표는 "와보니 바로 옆방이다. 이제 이웃사촌이 됐음을 절감한다"며 "정의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설렘과 두려움을 같이 안고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추진 중인 민주평화당-정의당은 20일 오전 국회 본청 민주평화당 회의실에서 각당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대변인 등 '3+3 원내지도부 회동'을 처음 진행했다. 첫 협상에 평화당은 장병완 원내대표·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최경환 대변인이, 정의당은 노회찬 원내대표·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김종대 원내대변인이 참석했다.
이날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의당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선거제도 개편, 개헌 등 민주평화당과 기본적인 정당·정책의 궤를 같이 한다"며 공통점을 강조하는 한편 "공동교섭단체를 통해 국회 운영을 정상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당 이용주(평화당)-윤소하(정의당) 수석은 악수하며 담소를 주고 받는 등 밝게 웃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협상 관련해 구체적인 결론 시점도 내놨다. "이달(3월) 말까진 최종 인준을 받아서 같이 발걸음하도록 노력하겠다(윤소하)" "4월 임시국회 전에 공동 교섭단체 구성 마치겠다(이용주)"는 계획이다. 윤소하 부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동 뒤 브리핑을 통해 "양당 원내교섭단체 구성 관련 협의 완료시점은 이달 말까지로 하되, 이번 주 내로 협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양 당 지도부는 함께 추진해 나갈 공통 과제로 ▲ 한반도 평화 ▲ 기초의원 선거구 확정 등 선거제 개혁 ▲ 개헌 등을 꼽았다. 노 원내대표는 "(평화당은) 촛불광장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던 동지"라며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게 '정의'고 '평화'"다. 국회·정치 개혁, 북미·남북 정상회담 등 두 당이 함께 할일이 많다고 본다. 4월 임시국회 전에 공동교섭단체 협의가 빠르게 정리돼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앞서 14일 당원과의 온라인 대화를 통해 "공동교섭단체는 합당이 아니다. 정의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양당 지도부가 지적하듯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동교섭단체의 명칭과 조직운영, 단체 대표 등 지도부 구성, 상임위원회 간사직 등 향후 많은 부분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해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실리를 추구하거나, 자리다툼을 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은 보여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교섭단체 구성에 있어 의석수가 중요하긴 하나 그게 기준은 아니다", "예전 공동교섭단체인 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의 전례도 살펴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소하 부대표도 "기본은 1대1 협상의 원칙을 지키는 거다. 이 원칙을 중심으로 협의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두 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앞서 "민주당의 2중대 탄생"이라며 "정의당에 크게 실망했다"고 하는 등, 정치권 일각에선 비판적 시각도 있다. 실제 당 내부에서도 양당의 정체성 차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당원도 있다. 그러나 양 당 지도부가 협상을 적극 추진함에 따라, 공동교섭단체는 변수가 없는 한 이달 중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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