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도 기자의 사진 근현대사' 27회부터 29회까지는 전란 중의 민간인 생활상으로 꾸며봤다. 서방 종군 기자 카메라 앵글에 담긴 사진을 게재한다.
이에 곁들여 한국전쟁 중 서울대학교 사학과 조교수로 인공(人共) 치하 전란을 몸소 겪은 김성칠 선생의 6.25 일기(<역사 앞에서>)를 싣는다. 글과 사진으로 당시의 생활상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기자 말
주접스러운 생이여!
[1950년 10월 18일] - 인공국(人共國) 시절엔 굶어도 악에 받쳐 그리 배고픈 줄도 모르고 지냈으나 정부 환도 후론 마음의 고삐가 늦추어진 때문인지 더 헛헛한 것 같기만 하고 한 달 가까운 심사놀음에 여지껏 봉급도 배급도 주는 것이 없는데 추위는 닥쳐오고 이제야말로 굶어죽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으리.
- 제장 미군이 들어오면 밀가루 풀 대죽이라도 쑤어 먹도록 해 주려니 하고 기대가 컸더니 오그라들기만 하는 창자에 실망도 크이.
- 처음엔 매 세대에 밀가루 한 포대씩 나눠주느니, 쌀을 5홉씩 배급 주느니 하여 말만 들어도 푸짐하더니 5홉이 2홉으로 줄고 2홉이 다시 1홉 4작으로 줄고, 그거나마 뚝 끊어지고 쌀값은 소두 한 말에 8천 원대를 내릴 줄 모르니, 인공국 석 달 동안에 옷가지 나부랭이나마 팔아먹을 것은 다 팔아먹었고, 인제는 꼼짝없이 굶어죽을 수밖에 없이 되었다.
- 나무 한 평에 마포서 6만 원이고, 시내까지 태가(駄價, 운임)만 만원을 넘으니 굶어 안 죽기로서니 올 겨울은 얼어 죽을 것일세. 이것이 대학 선생들의 대화다. 주접스러운 생이여! - 위의 책 253쪽
덧붙이는 글 | 여기에 수록된 사진 이미지들은 눈빛출판사에서 발간한 박도 엮음 <한국전쟁 ‧ Ⅱ>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