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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7살 김정민, 최악의 미세먼지에도 거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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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17살 김정민양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 지 5일째가 됐다. 이날은 최악의 미세먼지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고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방진마스크를 쓴 채 걸음을 서둘렀다. 그 사이로 김정민양은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구 촉구' 서명을 받고 있었다. 삭발한 모습이 아직은 어색한지 후드티를 머리 끝까지 끌어 올려 입고 있었다.
정민양은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삭발을 했다. '18세 선거권 하향'을 요구하며 자신의 긴 머리를 모두 밀어버렸다. 정민양은 백여 명의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뜻을 알렸다. 이 때문일까? 이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원내대표가 18세 선거권 하향을 지지하며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하지만 주요 5개 정당 중 4개 정당이 찬성한다 해도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만 18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얻는 것은 현재로썬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선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제1야당인 한국당은 선거 연령 조정을 위해선 학제 개편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학제 개편이 선거권 개정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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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7살 김정민, 국회 앞에서 삭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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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양은 실망하지 않고 있다. 하루하루 농성장을 지키는 것이 버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전국에서 동년배 친구들과 시민들이 연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이들은 '18세 선거권 하향 요구' 피켓을 들어주고 밤이면 농성장에서 함께 밤을 지새운다. 이 때문에 정민양을 향해 '네가 무엇을 아냐'며 '해코지'하는 일부 어른들이 있지만 큰 문제없이 지난 닷새 동안 국회 앞을 지킬 수 있었다.
지금 정민양이 우려하는 바는 단 하나다. 삭발까지 해가며 정치권의 관심을 끌어냈지만 급변하는 정세 속에 선거권 하향 요구가 이대로 묻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정민양은 "우리나라가 청소년 문제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집중적으로 18세 선거권 하향 논의가 나오는 지금이 법을 개정할 수 있는 시기"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3월말 현재 OECD 35개국 중 유일하게 만 19세 선거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OECD 회원국은 모두 만 18세 이하 선거권을 갖고 있다.
최악의 미세먼지 속에서도 국회 앞 농성장을 지키는 17살 김정민양의 이야기를 오마이TV가 담았다.
(취재 : 김종훈, 영상편집 : 김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