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자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심사에 불출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서류심사를 하지 않고 심사일을 재지정했다. 법원은 왜 두 피의자에게 다른 태도를 보였던 걸까?
안 전 충남지사는 지난 26일 심문을 80분 앞두고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성폭력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그는 "국민들에게 그동안 보여줬던 실망감, 좌절감에 대한 참회의 뜻"이라며 서류심사로 심문을 진행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피의자를 끌고 올 수 있는 구인영장을 반환했지만, 법원은 28일로 다시 심사일을 지정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곽형섭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도망 등의 사유로 (피의자를) 심문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미체포 피의자는 구인한 뒤 심문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피의자가 불출석하면서 밝힌 사유가 충분하지 않고, 법원이 구인영장을 발부한 건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한 거나 다름없다"며 안 전 지사의 심문 기일을 오는 28일 오후 2시로 다시 잡았다. 안 전 지사가 다시 출석하지 않는다면 서류심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상 검찰에게 안 전 지사를 법정에 구인해 오라는 법원의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를 강제 구인해 올 가능성에 "아직 정해진 바 없다"라고 밝혔다.
법원 "피고인의 지위나 혐의 수와는 상관없어"이는 최근 법원이 피의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심문에 부르지 않은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은 심문 기일이 잡히자 "검찰 조사 때 할 말을 다 했다"며 즉각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검찰 역시 법원에 구인장을 반환했다. 법원은 ▲구인장 재발부 ▲변호인단과 검사만 출석하는 심문 진행 ▲서류심사 진행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 중 서류심사를 선택했다.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구속을 신중히 판단하겠다며 피의자 방어권을 위해 시행된 제도로 피의자 출석을 원칙으로 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이 전 대통령에겐 이 점이 인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해서 본인의 입장을 말할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건 도주가 아니라 체포하지 않는다"며 "법원의 심문 절차에 출석하지 않는 건 본인의 권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최근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정호성 전 청와대 행정관,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 등도 영장심사를 포기했고, 서류심사로 구속됐다.
법원은 사건의 성격, 피의자의 지위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 직접 심문의 필요성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고 설명한다. 법원 관계자는 "구인영장 자체가 검사가 강제로 피의자를 데려올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라며 "피고인의 지위나 혐의 수보다도 피의자를 직접 불러 심문할 필요성이 있으면 다시 발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