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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젖니가 입안에서 흔들리면 혀로 밀고 손으로 잡아 흔들어 빼서 회색 슬레이트 지붕 위로 힘껏 던져 올리곤 했다. '또르르' 굴러떨어지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던져 올렸다.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말이다.

금세 날아와 내 젖니를 물어가는 까치를 본 적은 없지만, 이가 고르게 난 걸 보면 배달 사고는 없었나 보다. 지푸라기를 엮어 얹은 초가지붕은 젖니를 던져 올리기에도, 배달부 까치가 내려앉기에도 그만이다.

요즘 주거지가 대부분 아파트여서일까 아니면 아궁이가 있는 재래식 부뚜막이 사라져서일까? 봄철에 학교 구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입안을 들여다보면 고르게 난 치아를 가진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예부터 윗니가 빠지면 까치에게 새 이를 가져다 달라고 지붕 위로 던지고, 아랫니가 빠지면 아궁이에 던져 넣는 풍습이 있었다. 아랫니를 아궁이에 던져 넣는 생소한 풍습이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함께 '탁, 탁' 불꽃이 튀는 마른 콩대가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에서 헌 이를 깨끗하게 태워 없애고 예쁘고 건강한 새 이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풍습이 아니었을까.

젖니는 흔들리지 않는데 안쪽에서 혹은 바깥쪽에 또 하나의 이가 올라왔다고 놀란 부모님들이 한걸음에 달려오신다.

사실 놀랄 법도 하다. 왜냐면 젖니와 새로 나는 영구치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이상해 보인다. 사람은 상어처럼 여러 줄의 치아를 갖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선생님, 안쪽에서 이가 올라와서 삐뚤게 나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제가 너무 늦게 데리고 온 건가요?" "지금 당장 교정을 해줘야 할까요?"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신다.
"아니요, 안심하셔도 됩니다."라고 대답해드리면 그제야 표정이 누그러지신다.

아랫니 앞니 젖니 안쪽에서 영구치가 올라오려고 잇몸이 부풀어 오른 상태라면 잇몸을 뚫고 올라오길 기다렸다가 영구치 앞니의 끝부분이 2mm 정도 보이면 젖니를 제거해주는 게 좋다.

아이가 말하거나 침을 삼키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혀가 약하고 지속적인 힘으로 안쪽에 나 있는 영구치 앞니를 서서히 바깥으로 밀어내서 대부분 바르게 자리를 잡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 때부터 앞니가 회전돼 있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앞니들이 놓일 자리가 좁을 수도 있고 아이가 혀를 내밀고 손가락을 빠는 습관 등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이가 고르지 않게 된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 속에서 까치에게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노래를 불러주기도 어렵고, 부뚜막이 사라져 아궁이에 아랫니를 던져 넣을 수도 없으니 이제는 단골로 다니는 치과의사 선생님에게 부탁해볼 일이다.

분명 선생님이시라면 언제 헌 이를 제거하러 치과에 와야 하는지, 언제쯤이면 가지런하고 새하얀 치아를 만나볼 수 있는지 들려주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인의 네이버 블로그에 중복 게재합니다.



#윗니#아랫니#지붕#아궁이#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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