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천군에서 벌어지는 자연 파괴적인 현장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금 연천군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는 개발도 발전도 아닌 파괴일 뿐이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한탄강. 한탄강댐 하류인 이곳엔 수직 형태를 띤 현무암 절벽인 '주상절리'가 강변에 병풍같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약 50만~12만 년 전 용암 분출로 형성된 화산지형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현무암 협곡으로 이뤄진 곳이다.
재인폭포를 시작으로 한탄강 트레킹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아우라지 베개용암 사이 강바닥의 주상절리와 자연적으로 형성된 현무암 지대가 마구 파헤쳐져 있다. 그리고 이렇게 파낸 현무암으로 트레킹 코스의 조경석으로 만들어 놓았다. 보존해야 할 지질유산을 파내어 건축 자재 취급을 했던 것이다.
길 가장자리에는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거무스름한 색깔의 현무암 바윗덩어리가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한탄강 바닥 한 곳의 현무암 암석 지대도 파헤쳐져 있고, 돌무더기가 주변에 흩어져 있다. 공사 트럭이 다녔던 트래킹 코스도 현무암 암석 부스러기 등 잡석으로 하천 바닥보다 1∼3m가량 둑처럼 쌓아 올려 비포장길을 만들어 놓았다. 이 같은 현무암 훼손 현장은 2km 가량 이어졌다.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은 용암하천으로 형성된 수도권 유일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연천군은 지질공원 교육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포천시와 함께 20개소의 지질명소를 2015년 12월 환경부로부터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은 이후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한탄강과 지류에는 아우라지 베개용암, 재인폭포, 동막골 응회암, 차탄천 주상절리 등 10곳의 지질명소가 연천군에 위치하고 있으며 추가로 8 곳의 명소를 예비지질명소로 지정하고 있다.
연천군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자연친화적 트레킹코스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24억8700만원 을 들여 지질명소를 연결하는 9.55km 구간의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다.
연천군청 관계자는 "'한탄강의 암석인 현무암을 사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현무암 조경석을 조성한 것"이라며 "현무암 조경석과 바위는 대부분 강바닥 등의 울퉁불퉁 튀어나온 현무암을 채취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화강암 대신 한탄강 현무암을 사용하면서 공사비도 2억5000만 원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민들이 그럴리 없다며 강하게 추궁하자 공식적인 의견 수렴절차도 없이 몇 몇 주민의 의견만으로 결정한 것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이는 연천군의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주상절리와 현무암을 파괴하는 행위에 지자체가 앞장선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지질공원을 스스로 파괴하는 연천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 자격있나? 연천군에서는 국가지질공원으로 10곳의 지질명소를 지정하고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지질해설사양성교육도 실시하고 차탄천 탐방로와 한탄강 트레킹코스도 만들며 각종 홍보를 통해 국가지질공원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왔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차탄천의 현무암 주상절리를 오폐수차집관로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수km의 주상절리를 파괴해왔다. 또한 이번 한탄강 트레킹 코스를 만들면서 수십만 년동안 자연적으로 형성된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를 파괴해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훼손된 현무암 조경석으로 꾸며진 길만이 있을 뿐이다.
소중한 자연문화유산은 주민과 미래세대의 것이다 연천군은 지질공원을 지킬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파괴 행위든 공사만 하면 된다는 토건의식을 가진 단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의식의 문제이고 시스템의 문제이다. 하던 대로,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하면 된다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환경의식에 대한 무지가 이런 파괴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환경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에는 반드시 주민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계획을 다 세워놓고 요식행위처럼 관변단체 몇 명의 의견을 듣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전체의 의견을 듣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투명한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은 우리 세대의 전유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잠시 사용하다 돌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자치단체장의 착각으로 인해 소중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연천군수는 모든 공무원에 대해 환경의식과 자연문화 유산에 대한 직무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지난 26일 한탄강 트레킹코스 현장을 공무원, 주민들과 함께 둘러보며 느낀 점은 같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공통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질문과 호된 질책을 받는 모습에 측은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미 훼손된 현장을 보면서 답변하는 담당공무원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며, 사업시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도대체 왜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해왔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연환경에 대한 개념과 인식 부족인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그동안 열심히 해 왔는데 뭐가 문제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인식의 개선 없이는 앞으로의 사업에 있어서도 같은 현상만 되풀이 될 것이다.
연천군에서는 2020년까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군민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일이다. 그러나 인증에 앞서 스스로 소중한 자연유산을 아끼고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상식의 눈으로 해서 안될 것을 하면 안된다. 어렵게 국가지질공원 인증까지 받은 것을 스스로 걷어차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지나간 잘못된 것을 교훈삼아 제주도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석우 기자는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로 지난 3월 26일 연천군 관계자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현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