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경기도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한 강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시험을 치르는 이들은 물론 시험을 치르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현주)는 화성동부경찰서(서장 총경 이연태) 외사계와 함께 화성시 관내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운전면허교육을 지난 3월 14일부터 23일까지 주 2회 실시했다.
이날 강의실에 모인 이들은 운전면허교육을 받은 다문화가족들로, 화성동부경찰서 외사계의 지원으로 강의실에서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필기시험을 치렀다.
6개국에서 온 23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은 그동안 육아를 병행하며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화성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한국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체류 외국인들을 위한 운전면허교실을 진행했다"며 "외국인들의 안정된 정착을 지원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운전면허교실을 운영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데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국과 다른 교통체계와 낯선 한국 교통관련 법률 더구나 시험은 모국어로 치르더라도 강의는 한국어로 들어야 하니 어려움이 적지 않다.
센터 관계자는 "사회와 가정에서 자기 역할을 잘 하려면 다문화가족들도 요즘엔 운전면허가 필수다"며 "운전면허 취득을 원하는 이주여성들의 욕구가 커 교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운전면허 필기시험에는 모두 20명의 이주여성들이 응시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필기시험에 합격한 두 이주여성을 만났다.
베트남 출신 홍히엔 씨와 리티미후옌 씨는 "시험에 합격해서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에 온지 2년 된 홍히엔 씨는 현재 2살 아이를 둔 엄마다.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러 어려움이 있지만 "한국생활이 좋다"고 말한다.
"남편이 가정적이고 좋지만 일이 많고 바빠서 같이 외출을 못하니 제가 운전면허를 따려고 해요.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은데 남편이 시간을 내기 힘들어 아이랑 둘이서 만이라도 다녀보려고요""베트남에서 운전을 했었다"는 홍히엔 씨는 하지만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니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이 무섭지만 남편은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고, 배우고 싶기도 했어요. 운전면허 따면 동대문, 명동 등 서울에 가보고 싶어요""필기시험에 합격한 만큼 실기시험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는 홍히엔 씨는 합격 후 남편과 영상통화를 하며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리티미후옌 씨는 한국에 온지 3년 됐다. "베트남에서 6살 때부터 오토바이를 탔다"는 그는 운전면허를 따면 여행을 자주 가고 싶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연예인이 꿈이었던 리티미후옌 씨는 아직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을 정하지 못했다.
"한국에는 예쁜 곳이 많은데 오빠가 바빠서 제가 운전을 배워서 직접 가려구요. 한국에서의 생활요? 행복하게 살고 싶죠. 그래서 운전면허도 따려고요"필기시험 준비를 위해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운전면허 교육 외에도 친구들과 따로 모여서 공부를 했다는 그는 "이제 기능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운전을 하는 게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에 합격한 이주여성들의 표정에는 운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