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정책에 따라 통영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신청하고 창원진해 STX조선해양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창원성산)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 의원은 5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정책 규탄, 생존권 사수를 위한 창원 궐기대회"에서 격려사를 했다. 이날 집회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노동자생존권보장조선산업살리기 경남대책위'가 마련했고, 노동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노 의원은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앞,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만 하면 조선소 살아난다고 투쟁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말했다.
그는 "오늘 서울에서 출발해서 전남과 광주를 거쳐 이곳에 왔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곳곳에 하얗게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떨어진 벚꽃을 봤다. 그것은 꽃으로 보이지 않고 구조조정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 전국 곳곳에서 구조조정 폭탄이다"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이 문 대통령 자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3일 거제에 와서 무엇이라 했나. 조선산업은 무너진 산업 아니라 했다. 제조업 꽃인 조선업의 부흥기가 곧 온다고 했다"며 "그리고 3월 말까지 조선업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하고, STX조선은 정규직 해고해서 비정규직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 의원은 "오늘 정부는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그것은 왼쪽으로는 노동자들의 모가지를 자르고 오른쪽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는 것이냐"고 했다.
또 그는 "청와대 관계 수석들을 다 만나겠다. 작년부터 STX조선과 성동조선 문제로 정부 당국자를 만날 때마다 들었던 말이 '사람은 건드리지 않겠다'거나 '더 이상 건드릴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STX조선은 지난 3년 사이 얼마나 줄었나. 얼마를 더 줄이겠다는 것이냐. 다 줄이고 무슨 인력으로 배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라고 했다.
이어 "사람 자르는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그리고 한국지엠.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살리겠다는 살인적 정책을 그만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의원은 "이동걸 산업은행장한테 경고한다. 산업은행이 왜 만들어졌나. 산업을 살리기 위해 만든 은행이다. 그런데 실사를 해서 더 많은 인력을 자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을 불쏘시개로 살리겠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산업은행부터 해체하라"고 했다.
노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이 걸어간 길을 걸어가서는 안 된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은 감옥에 갔다 왔고, 두 명은 감옥에 가 있다"며 "지난 10년을 이끈 그들은 사람을 모가지 자르는 구조조정을 하고, 진정한 노동자와 대화 없이 일방적 구조조정을 했다. 그 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라 했다.
이어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는데 이 문제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자부터 먼저 만나라. STX조선 공장에 내려오라. 무엇이 두렵나"며 "지금 중형조선소는 겨우 두 개 남았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가해지는 인적 중심의 구조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사회를 본 김정광 경남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조선소 위기는 전임 정부의 정책 부재에서 시작되었다. 금융마피아의 전횡과 횡포가 있었다. 그런데 모든 책임은 노동자들이 져야 하는 비통한 현실"이라며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소를 살리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설이 이어졌다. 하원오 경남대책위 대표는 "STX조선 노동자들이 민두당 경남도당을 점거 농성하다 풀었다. 그래도 정부에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더 큰 투쟁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명주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정부는 조선소를 살리겠다고 하더니 노동자를 자르고 있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 함께 살기 위해 투쟁하자"고 했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우리는 공장을 살리자고 하는데, 정부와 채권단, 회사는 공장을 망가뜨리려고 한다"며 "회사는 STX조선 정규직을 다 자르고 190여 명만 남겨 비정규직 회사로 만들려고 한다.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공인성 조합원은 "이미 많은 동지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들은 떠날 때 미안하다고 했다. 다시는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싶다"며 "사람이 먼저라고 한다면 사람 자르는 정책을 그만 두어야 한다"고 했다.
STX조선지회 조합원의 부인인 공미연(진해)씨는 "해고는 노동자의 죽음이고, 그것은 곧 노동자 가족의 죽음이다"라며 "함께 살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STX조선에 대해 4월 9일까지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내도록 했다. 회사는 생산직(정규직) 690여 명 가운데 500명을 줄이기로 하고, 지난 달 말까지 110여 명한테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신청을 받았다. 산업은행은 회사에 대해 6일 다시 희망퇴직 신청을 받도록 했다.
STX조선지회는 3월 26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노숙농성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