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시대는 스낵 콘텐츠 시대, 동영상 콘텐츠 시대를 살아가면서 점점 텍스트를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텍스트를 만나는 일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텍스트로 표현하는 일도 줄어들고 있다. 트위터는 130자 한정으로 텍스트 출력의 단축을 이끌었고, 인스타그램은 이제 사진 한 장으로 충분하다.
긴 콘텐츠를 짧은 텍스트로 요약할 수 있게 되는 건 큰 이점이다. 문제는 점차 글을 짧게 쓰는 데에만 익숙해진 사람들이 트위터 130자 이상의 글을 쓰는 일을 어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130자 이상의 글을 요구할 때마다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도대체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 거죠?'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일 것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정해진 '형식'을 토대로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요구하지만, 어떤 기업에서는 어떤 형식 없이 '자유' 양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하라고 말한다. 이때 장문을 쓰지 못하는 취준생은 머리를 잡는다.
오늘 소개할 책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우리가 장문의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연습 첫 단계로 '2000자를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00자는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으로, 숫자만 보면 굉장히 많아 보인다. 근데 2000자는 A4용지 1장에 불과하다.
A4용지 1장을 채우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어떤 주제를 가지고 A4 1장을 쓰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어떻게 분량을 채워야 할까?'라며 고민한다. 기업에서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대학 과제로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 심지어 마음을 고백하기 위한 연애편지 한 장에도.
모두가 장문의 글을 쓰는 데에 어려워한다면, 장문의 글을 쓸 수 있으면 나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장문의 글쓰기를 연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좋은 글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쓴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할 수 있을까?
그 모든 시작점을 사이토 다카시는 '원고지 10장, 2000자 쓰기'라고 책을 통해 힘있게 말한다.
나는 따로 글쓰기 훈련을 하거나 글쓰기 학원은 다닌 적이 없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2010년에 시작한 블로그를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거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적기 시작할 때는 어떤 콘텐츠로 채워야 할지 몰라서 정말 아무거나 적었다. 그때는 문장력이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적으면서 조금씩 글의 분량을 늘려갈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의 핵심 콘텐츠인 서평을 작성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축적되어 성장하기 시작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일을 블로그로 자연스럽게 실천하며 문장력을 늘리고 있었던 거다. 사이토 다카시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독서 감상문이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다. 본문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독서 감상문은 글의 분량을 쉽게 늘릴 수 있는 종류의 글이라 문장력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 감상문을 써보자.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자신의 언어만으로 또 다른 글을 써보는 것이다. 이렇게 책을 재구성하는 듯한 방법을 이용하면 제법 많은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다. (본문 24)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문장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책에서 "나중에 글감으로 사용할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읽으면 수준 높은 독서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에 나 또한 책을 읽으면서 항상 블로그에 서평을 적을 때 어떤 문장을 인용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읽는다. 덕분에 내가 읽은 책은 군데군데 낙서가 되어 있고, 밑줄이 그어져 있고, 때때로 지나칠 정도로 포스트잇이 붙어 있기도 하다. 아마 책을 읽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은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훨씬 더 놀라운 일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삼색 볼펜을 이용해서 중요한 부분에서는 빨간색 밑줄을 치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에는 녹색으로 밑줄을 치면서 책마다 자신의 흔적을 진하게 남긴 거다. 나는 샤프로 쓰는 일은 괜찮은데, 도저히 볼펜을 쓸 용기가 없었다.
저자가 삼색 볼펜을 활용한 책 읽기를 하는 이유는 '책은 어디까지나 글을 쓰기 위한 자료이며 요리로 말하면 음식 재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료와 불필요한 재료가 있다. 있는 대로 밑줄을 친다고 해서 그 모든 문장이 내가 만드는 요리의 재료가 되지 않는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도 재료 선별이 중요하듯, 좋은 내용을 만들기 위해서도 좋은 인용문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만난 글감을 활용하는 건 무턱대고 그대로 적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사이토 다카시는 '인용으로 문장을 만든다' 부분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인용문을 활용해서 실제로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이것은 어떤 종류의 글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이나 논문 또는 책 등을 소재로 글을 쓸 때에는 자신의 글에 인용하고 싶은 부분을 컴퓨터에 세 개 정도 입력해보는 것이 좋다. 너무 인용을 많이 하면 주객이 전도되어 자기 문장이 아닌 인용문이 주가 되어버린다. 내용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인용문을 고르는데, 읽는 사람이 그 인용 부분만 읽어도 만족할 만큼 흥미로운 것을 고르는 것이 비결이다. 그리고 각각의 인용구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 만한 주된 개념을 이끌어낸다. 즉 인용문을 핵심으로 세 개의 주요 컨셉을 완성한다. 그런 다음 그 세 가지를 연결하는 문장을 간단히 메모한다. 이것이 나중에 생각을 정리할 때 도움이 된다. 이렇게 세 개의 인용구를 연결하면 글이 술술 잘 풀릴 것이다. (본문 72)
책을 읽다 보면 '이 부분은 정말 글에서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만난다. 하지만 소개하고 싶은 부분을 글에 다 적는 것은 내 글의 주제를 해칠 수도 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부분을 더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은 부분에서 인용문을 사용해 글을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인용문은 거들 뿐인 거다.
평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는 책의 인용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 내가 쓴 서평을 모아 책으로 출판할 때도 '인용문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 '이 부분은 어느 인용문이 가장 적절할까?'라는 고민이 가장 답을 얻기 어려웠다. 오늘 드디어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저자는 윗글에서 아래와 같이 덧붙인다.
결국 독창성은 언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내용에 있다. 인용문을 사용함으로써 그 인용문의 문맥과 자신의 문맥에 배합되어 또 다른 의미가 발생하고 독창성이 탄생한다. 인용문을 어떻게 조화롭게 문맥 안에 넣느냐에 따라 글쓴이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본문 73)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책 읽기에 재미를 두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장력을 기르기 위한 독서에서는 독서 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글을 써보는 일(훈련)이 필요하다.
저자는 책을 소재로 무언가를 쓴다고 전재하면, 문장력도 늘어날 뿐 아니라 그 책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토 다카시가 제목에서 말한 '2000자를 쓰는 힘'. 우리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2000자를 쓸 수 있는 문장력을 기를 수 있다. 지금 여기서 바로 시작해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