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은 사진에도 다양한 세계가 있다. 자연이나 도시의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에서 세상의 소금 같은 다큐멘터리사진, 포토 저널리즘, 초현실주의 사진 등.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찍고 싶은 사진은 인간의 삶이 담긴 사진이다. 거기에 재미와 의미까지 담겨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여행이 좋은 건 그런 절묘한 순간 혹은 찰나의 장면을 종종 만나게 돼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셔터를 누르면서도 말할 수 없는 긴장과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나만의 '인생사진'이 탄생하는 순간으로, 사진이 주는 매력 가운데 하나다.
그림·사진·글이 함께 담겨있는 독특한 사진책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진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포토저널리즘을 세상에 처음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그가 겪은 일은 그의 사진가로서의 생애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 본문 가운데
사진을 일컬어 '찰나의 예술'이라고 명명하게 되는데 큰 영향을 끼친 사진가 가운데 한 분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이다. 절친했던 사진가 로버트 카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사진가로 불린다.젊은 시절 프랑스의 보도 사진가, 종군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인간적이며 자연스러운 사진의 전형을 만들었다. 현대 사진과 달리 흑백사진에다 플래시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진가들이 좋아하는 불멸의 작품들을 남겼다.브레송의 삶과 사진 작품이 나오는 이 책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찰나를 역사로>는 조금은 특별한 사진책이다. 그래픽 노블, 대표 사진작품, 사진해설로 구성돼 있다. 그림과 사진과 글이 함께 담겨있는 보기 드문 사진집이다.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언뜻 보면 만화와 흡사한데 예술성과 문학성을 갖춘 만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어른을 위한 만화 정도로 보면 되겠다. 평생을 함께 하게 된 사진기 라이카, 2차 세계대전 때 종군기자로 나갔다가 전쟁포로가 되어 탈출한 이야기 등이 그림으로 실감나게 읽힌다. 그래픽 노블를 통해 사진가의 가장 중요한 생애를 부담 없이 읽게 해주며, 이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사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동시대를 어울려 지냈던 사진가 로버트 카파를 다룬 사진책 <로버트 카파 : 살아남은 열한 장의 증언>도 함께 출간됐다. 모두 세계적 사진가 집단 매그넘 포토스가 낸 사진가 시리즈 중 하나로 한국어로 번역해 나온 책이다. '시대의 눈'이 된 한 장의 사진
브레송의 사진들은 풍경이나 건축물보다는 사람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의 모든 사진은 각각이 세상과의 만남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 만들어낸 찰나를 포착하고 영원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정확한 통찰력이다. - 본문 가운데
이 책에도 나오는 사진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전쟁 직후 나치 독일에 부역한 사람을 심판하는 장면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사진가를 널리 알리게 된 사진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꼽힌다. 바로 이 사진이 책 표지에 실린 사진으로, 위쪽 그림은 이 장면을 지켜보던 브레송을 묘사한 것이다.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에서 보듯 참혹한 전쟁은 아이러니하게 불멸의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절친했던 사진가 카파는 전쟁 중인 베트남에서 사진을 찍다가 지뢰를 밟고 사망하고 만다.
사진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그의 작품들은 굳이 묵직한 DSLR 카메라(렌즈 교환식의 고급 카메라)가 필요 없겠구나 싶은 사진들이다. 좋은 사진은 똑딱이 카메라(주먹 만한 크기의 작은 콤팩트 카메라의 별칭) 혹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어떻게 찍을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찍을 것인가?'를 말한다. 사진을 잘 찍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장 다비드 모리방(저자) | 세브린 트레푸엘(저자) | 실뱅 사보이아(그림) | 맹슬기(역자)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사진) | 서해문집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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