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친박계 의원들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전달됐을 수 있다고 증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 비서관은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비서관은 "이 사건에 관해 나 역시 재판을 받고 있어 진술을 거부하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날 서류 증거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안 전 비서관의 조서를 공개하며 그의 진술이 드러났다.
안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중 일부를 진박·친박 의원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건넸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진박, 친박 의원 5명 정도가 관저에서 식사했고, 대통령이 격려금 명목으로 의원들에게 돈을 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서에 따르면 그는 검사가 당시 관저에 온 의원이 누구인지 묻자 "이정현·김진태·조원진·윤상현 의원 등"이라고 특정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전직 국정원장 3명으로부터 국정원 몫 특활비 36억 5천만 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국고 손실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후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달 5000만 원~2억 원을 수수했다. 안 전 비서관을 통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상납을 요구해 매달 5천만 원 씩 수수했다.
이후 이병기 원장 시절에는 상납금이 1억 원으로 올랐다.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계속 지원해달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정농단 불거지자 박근혜 반응? "그러면 중단해야겠네요"안 전 비서관의 검찰 조서를 통해, 2016년 8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 중단을 지시한 정황도 자세히 드러났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안 전 비서관에게 특활비 상납을 중단해야겠다고 건의했고, 안 전 비서관은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면 중단해야겠네요"라며 특활비 상납을 그만두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대충 넘길 문제가 아니었고, 언론 쪽에서 문제가 심각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며 "청와대가 특활비를 받는다는 사실마저 언론에 터지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고, 정치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는 식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니 대통령이 공감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비서관은 검사가 자신의 조서를 읽는 동안 교도관 옆에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판부가 "관련 의견에 변화 없나"라며 재차 그의 의견을 물었지만 안 전 비서관은 끝내 증언을 거부한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모해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 친박 인물을 당선시키도록 친박 리스트를 작성해 선거운동을 기획하고 국정원 특활비로 여론조사를 하는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