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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 어머니, 아버지 모두 집에서 아내가 봉양했다. 결국 아버지부터 노환으로 차례로 별세하시었다. 아버지는 평생을 하시는 일에 신념을 가진 분이었다. 생각이 깊으신 데다가 여유가 있으면 집에서 텃밭을 가꾸어 채소의 전량을 자급자족하였다. 나의 기억으로 아버지가 유휴시간을 즐기거나 논다거나 멍때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좀 달랐다. 내가 결혼하고부터 아내인 며느리를 관리하기 시작하셨다. 그 정도가 심한 만큼 아내는 순응과 적응으로 견디면서 함께 했다. 결국은 임종 시에 아내를 향해 눈을 맞추며 두 손을 꼭 잡은 채 숨을 거두셨다. 어머니의 노후는 며느리와 대화가 없으면 거실에 앉아 TV를 보시거나 아니면 가족들의 움직을 관찰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시공을 누리셨다.

나는 30세에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과 동시에 결혼하였기 때문에 가정과 직장에 대한 생각이 전부였다. 이후 30년간은 인생 2막으로 내 인생에 중요한 시기였지만 인생 3막을 내다볼 겨를이 없었다. 제 3막 즉, 60세 이후의 30년간 예컨대 요즘 말하는 노후인생을 생각지도 못하고 대비하지도 못하였다.

그래서 인생 1, 2, 3막을 걸쳐 해당 각 구분에 투자하는 시간과 역량을 정리해 봤다. 인생 1막의 30년은 교육 훈련에, 인생 2막의 30년은 가정과 직장에 집중하였으나, 인생 3막의 30년은 노후에 해당하는 신개념이다. 제2 인생의 시작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인생 2막에서 결혼하고 취업하여 은퇴함으로써 한 인생을 마감하는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지만 새롭게 수용해야 할 노후생활, 백세시대를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때이다. 국가적으로는 사회복지 실천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며 이슈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공부하여 재취업 또는 창업할 엄두라도 내야 할 판이다. 사람이 일을 하면 생각이 살아나지만 그러하지 않으면 생각은 죽는다. 생각이 없음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며 인생 2막에서 마감하는 전 세대처럼 되고 만다.

생각이 행동을 일으키고, 행동이 습관을 만든다. 습관은 성격을 이루며, 성격은 운명을 결정짓는다. 우리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생각은 인생의 중요한 동기부여이며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제 3막 인생의 30년은 아직 경험치가 없음으로 신개척이며 신 개념이다.

백세시대라고 하면 언필칭, 100은커녕 80도, 90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직도 그럭저럭 살아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생각 없는 그럭저럭은 안 된다. 자신 없는 행동이다. 인생 3막에 대한 부정적 문화, 잘못된 생활 습관을 만들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관성에 그동안 눌리고 참고 잠재되었던 생각들이 봇물 터지듯 세상을 향해 쏟아져 나옴을 경험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것이 3막을 진입한 초입자의 딜레마이며 특성이다. 그래서 나름의 맥을 잡고 질서를 잡을 필요가 있다.

인생 3막, 짧지 않은 시간 30년, 무슨 생각으로 사나? 복잡하고 생각이 많을 듯하나 막상 생각하면 생각이 없다. 단순할 수도, 예단할 수도 없다. 맥락 있는 생각으로 삶의 밀도를 의식해야 할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는 있으나 그대로 배출할 수는 없다.

3막부터는 무엇을 기준으로 피드백하면서 거름망을 통과하고 표현하느냐. 그것은 생각의 맥락이다. 맥락이란, 특정한 성질을 가진 일관된 흐름이다. 변화된 환경을 흡수하고 또는 조정함으로써 같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강력한 힘을 소유하면서 유화적이고 수용적이어야 한다. 그동안 미뤄두고 억압된 생각들에 불을 당겨 발산하는 파편들을 선택, 정리, 집중해 자기만의 스타일로 확립해야 할 상항이다.

인생 3막에서도 전반기 60대, 중반기 70대, 후반기 80대를 각 10년씩 구분하여 그러한 맥락에 의해 기능하고 의도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1막, 2막의 경험에 비추어 능히 눈에 보이는 길이다. 물론 구상과 시행에 착오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생 2막에서 전공한 것은 3막을 경과함으로써 용도폐기 된다. 3막 전반기 초반(65세 전)에 자신의 맥락에 따른 새로운 전공을 구상하여 이수하고 수반하는 자격을 취득하여 노년 스펙을 완성, 인생 3막 후반기(90세 즈음)를 연계해야 한다.

수혜자 또는 수요자로서 구성원이 아니라 주체자이면서 공급자의 자격으로 지식이든 봉사든 문화든 자신의 가치,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 지도하고, 젊은 세대와 교류하면서 후진을 양성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후배들의 멘토가 된다면 가슴 뛰는 일이다. 아울러 전문가의 옹고집보다는 인문학적 소양과 소통, 배려로 세상을 다시 나간다면 매력적 인생이다. 훈훈한 그 삶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세대에 밀리고 밀려 더 이상 구석진 곳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피해야겠다. 요체는 인생 3막을 관통하는 맥락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영을 하든 연구를 하든 예술을 하여도 변화에 대한 맥락이다. 삶의 매순간 나이에 맞는 그 나름의 성장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생의 3막은 3단 로켓과 같은 것이다. 살아가면서 몇 번은 낡은 로켓을 떼어내고 새로운 로켓을 점화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평생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낡은 로켓을 떼어내려면 그 안의 연료를 남김없이 연소해야 한다. 나는 이미 그동안 먹고 살았던 연료를 사정없이 모두 소진하였다. 이제는 새로운 3단 로켓을 장착하여 비상함에 이른 것이다. 향후 백세시대 언젠가 다시 갈아 끼워야 할 때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도 준비해야 할 참이니 인생은 목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임을 새삼 실감한다.

해볼 만큼 해보면 결과가 어찌됐든 미련 없이 그 일을 털 수 있다. 30년을 하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되면 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이 온다. 넘어서야 할 과도기의 시간을 통하여 좌고우면 좌충우돌을 겪으며 고비고비 선택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 그 선택의 필연 앞에선 불안도 사라진다. 그때마다 새로움을 수용하고 변화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 리추얼이고, 인생 희열이요, 사랑이요, 행복이다. 어차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협소한 지식으로 세상을 재단해서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이 늘 옳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물론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만 있어도 당장 먹고사는 데 문제는 없기 때문에 더하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한계에 부딪친다. 지천명, 이순의 그릇을 스스로 키우고 넓혀 가지 않으면 그 수명이 다하는 것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미래에는 나름의 평생교육법 또는 학습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동시대에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며 같은 방향을 누릴 수 있다.

사실, 나만의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씨줄은 날줄이 없으면 옷감이 되지 못하듯, 내가 에세이집 <겨울실록>을 출판하고 또한 새로운 책을 구상하는 것도 알고 보면 그 배경에는 나의 삶이 있었고 30년의 직장 경험에서 생각하고 경험한 주변이 함께 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써내려 갈 글감은 모두 나의 일상에서 습득한 것이고 추억에 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자주 잊어버린다. 내 삶이, 내 인생이, 실은 내 옆의 누군가와 함께 하였기에 간직할 수 있었고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실패가 온전히 나의 탓이 아니듯, 나의 인생 역시 온전히 나의 공이 아니다.

매일매일 일상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격과 수준,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 백세시대를 지향한다는 사람이 낡은 로켓의 추진체로 우주를 날 수 있다면 재앙이 따른다. 이제 사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다하여 날이면 날마다 등산이나 골프놀이를 하며 소일할 수 있을까. 이는 영혼 없는 삶이다. 위기는 찾아온다. 중년이 아니면 장년에도 노년에도 올 것은 온다. 왜냐하면 삶의 방식, 그 생존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세시대#제2 인생#인생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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