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3>가 각종 흥행 신기록을 새로 쓰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일인 지난 4월 25일에만 97만 6천명을 끌어 모으며 오프닝 최다 신기록을 세웠고 개봉 5일째엔 최단 기간 400만 돌파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한쪽에선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흥행 가도에 맞춰 스크린이 배정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스크린이 과도하게 독점되면서 이례적 흥행이 유도된다는 비판이다. 실제 <어벤져스3>의 상영횟수 점유율은 전체의 70%를 상회하고 있다. 영화의 다양성과 관객의 선택권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벤져스3>만 보라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상영관의 경우 같은 영화를 40% 이상 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 5일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 대기업 상영관이 동일한 영화를 최대 40%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서 조 의원은 스크린 상한제 뿐만 아니라 일정 비율 이상의 서로 다른 영화를 상영하도록 규정한 스크린 하한제도 함께 제시했다.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를 볼 선택권을 줘야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조 의원 법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 의원은 "영비법 같은 경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쟁점 법안인 만큼 야당 의원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다음은 조 의원과 <오마이뉴스>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영화업계 수직계열화 심각하지만 스크린 독점 문제부터 해결해야"
- 지난 2017년 11월 5일 '영화·비디오 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내는 등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제기해왔다. 최근 <어벤져스3>의 흥행으로 논란이 재점화되는데."요즘 보면 <어벤져스>만 보라는 건지 모르겠다. 세월호와 관련된 영화(현재 상영중인 <그날, 바다>, <눈꺼풀> 등)나 중요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나. 사실 영화 산업의 독과점 문제는 고질병이다. 구조적으로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보다도 기획·제작·배급·상영을 독점한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게 영화 산업의 전반적인 독과점을 타개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수직 계열화 문제는 논쟁만 넘치지 해결 진척이 더디다. 타협의 기미도 없는 대기업 수직 계열화에만 매달리다 보니 스크린 독과점 문제 같이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방치된 측면도 있다.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상영관이 같은 영화를 40% 이상 틀지 못하도록 한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프랑스도 30% 상한선 규정을 두고 있지 않나. 대기업 직영 상영관에만 그 대상을 한정해 다소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가장 빠르고 실효성 있는 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 수직 계열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도 있나."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대기업이 제작과 배급을 겸업하는 문제는 변화시켜야만 한다. 다른 업종들도 독과점을 규제하는 규정들이 있는데 영화업계만 소홀한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 <어벤져스3> 논란에서도 보듯이 스크린 독점 문제도 심각하다. 일단 급한 부분부터 먼저 집중하자는 것이다. 스크린은 영화가 소비자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출구다."
- 스크린 독과점이 문제인 이유는 무엇인가."생태계에선 다양성과 풍부함이 건강함을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영화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되거나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당장은 특정 집단에 이익인 것 같아도 길게 보면 생태계가 파괴돼 모두 함께 공멸한다. 영화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다. 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복구되기가 힘들다."
"스크린 상한제+하한제도 하자...한국당의 전향적 자세 촉구"- 법안을 보면 상한선 뿐 아니라 하한선 조항도 있다."상한선 규정이 특정 영화의 독과점으로 관객의 선택권이 강요되는 점을 막는다면, 하한선은 보다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을 만나도록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 법안대로면 동시간대에 상영하는 영화 중 적어도 40% 이상은 서로 다른 영화여야 한다. 만약 하한선 규정이 없고 상한선 규정만 있다면 10개 상영관 중 4개·4개·2개 상영관에 3편의 영화만 집중해 틀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점을 보완한 것이다."
-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이 서울의 씨네코드 선재·스폰지하우스 광화문, 부산의 국도예술관 등 대표적인 예술·독립영화관들이 문을 닫았다. "심각한 문제다. 이를 위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전용 상영관'을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이번 법안에 더 명확히 규정하기도 했다. 현행법엔 영화발전 기금에서 전용 상영관에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다소 미비한 측면이 있다.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계류 중인 이유가 있나. "급한 문제지만 안타깝게도 법안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다. 올해도 교문위에서 법안 논의를 딱 한 번 했을 뿐이다. 영비법 같은 경우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특별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하고 있다. 쟁점 법안인 만큼 여야 합의 없이 통과가 어렵다. 5월달도 아마 힘들 것이고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인 만큼 야당 의원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 교문위 소속으로 국회에서 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대기업 사업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터놓고 논의하는 공청회부터 열 계획이다. 길게 보고 공론화 할 것과 단기로 시급하게 해결할 것을 나눠 논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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