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익힌 기술 어느새 30년 차... 원주 현직여성 이발사 중 최고참
강원도 원주시 원인동 남산 아래 위치한 '달동네 이용원'은 간판 이름 그대로 한적한 동네길 끝에 있는 작은 이발소다. 빈 집이 더 많아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 민병옥(65) 대표는 20년째 삼색회전간판을 켜고 영업 중이다. 20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터줏대감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덧 원주 현직 여성 이발사 중 가장 고참이 되었다.
원주에 등록된 이·미용 시설 중 이용원은 100여 곳 남짓으로 전체의 10%를 넘지 못한다. 이미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보다 문 닫는 이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중에서도 여성 이발사를 찾아보긴 더욱 힘들다. 50~60년의 화려한 이발경력을 자랑하는 남자 이용사에 비하면 짧은 경력이지만 여자 혼자 이용원을 꾸려온 이발사가 드물기 때문에 민씨의 경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여자들은 대부분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보조로 돕거나,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수준이다.
민 대표는 20년 전 원인동에 가게를 차린 후 지금까지 이발가위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그녀는 돈벌이가 좋다는 친구의 권유로 30여 년 전인 30대에 이발기술을 배웠다. 면도부터 시작해 직접 손님 머리를 깎을 수 있을 때까지 10여 년을 타지를 돌며 기술을 습득했다.
자녀를 출산한 뒤 원주에 터를 잡은 민 대표는 이발소를 차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자격증 없이 활동했던 그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다시 학원에서 이용기술을 배워야 했다.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굳어진 손으로 다시 능숙하게 가위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군부대 장교나 동네 할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연습 삼아 무료 이발을 해왔다.
그녀의 꼼꼼한 이발 솜씨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 의자가 두 개뿐인 가게 밖으로 손님들의 줄이 이어졌다. 세평 남짓한 공간에 이발사를 따로 고용할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 현재는 미용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손님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20년간 한결같이 이곳을 찾는 단골이 제법 많다. 단골 중에는 서울, 평창, 홍천 등 먼 거리에서 방문하기도 한다.
여성 종사자가 드문 직업인만큼 여성 이발사로서의 설움도 컸다. 남자를 상대로 하는 직업이다 보니 치마만 입고 나가도 남들의 수군거림을 들어야 했다. 남자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아는 척만 해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민 대표는 "손님 부인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 가게 오는 걸 싫어하다보니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바지만 입고, 화장도 전혀 안하고 나갔다"며 "여성이발사로서 감수해야 하는 씁쓸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이 곳을 찾는 손님은 10대부터 80대까지 여전히 다양하다. 대부분이 중장년층의 단골손님이지만 10~20대의 청년들도 이용원을 찾는다. 그녀는 "이발소를 찾는 젊은이들은 헤어스타일에 깐깐한 이들"이라며 "바리깡 대신 가위컷으로 일일이 쳐내는 섬세한 커트를 원하기 때문에 젊은 손님을 이발할 때면 더욱 긴장한다"고 말했다.
밥벌이를 위해 시작한 이발사가 평생 직업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는 그녀는 "생계를 위해 배운 기술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곳에서 오래도록 손님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싶다"고 전했다.
박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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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원주투데이>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