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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
소방관 ⓒ pixabay

전체 공무원 공상자 중 소방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은 편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순직 및 공상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2년 285명이었던 공상자는 2016년 448명을 기록했다. 해마다 공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소방관들이 당하는 공상은 화재, 구조, 구급활동, 생활안전 출동, 그리고 훈련 등 직무를 수행하다가 부상을 입거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소방관이 아프다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은 다양한 원인들로부터 고통받고 있다. 사이렌 소리와 같이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소음성난청', 끔찍한 사고현장을 목격하면서 얻게 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촌각을 다투며 출동하다가 일어나는 크고 작은 '충돌사고', 구급출동 현장에서의 '폭언과 폭행', 화재나 화학사고에서 나오는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얻게 되는 '암 질환', 환자나 무거운 장비를 이송하면서 따라오는 '근골격계 질환' 등 그 원인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소방관을 가리켜 "국민안전의 버팀목" 혹은 "국민이 가장 어렵고 힘들 때 국가가 내미는 손"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소방관들이 아플 때 내미는 손을 국가와 국민들은 외면하는 모양새다.

소방관 공상 문제는 큰 틀에서 살펴야

소방관 공상은 지엽적으로 살펴볼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에서 한 발짝 나와 보다 큰 틀에서 봐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되고 있다. 소방관 1만 8천여 명이나 부족한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 공상 처리 시 인사 불이익에 대한 우려, 소방관 폭행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소방관 업무환경 전반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공상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미비, 공무원 순환보직에 따른 공상 업무 전문성 결여 등이다. 

아울러 소방업무 전반에 대해서도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지만 최고의 서비스만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다 보니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태반이다.   

아픈 원인을 소방관이 직접 입증하라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아파도 맘 편히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어쩌다 휴가라도 내면 직장에서 충성심이 부족한 직원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거기에 2016년 이전까지는 아픈 원인도 소방관이 직접 입증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책임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나마 2016년도부터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공상심의 전(前) 전문조사제'를 도입해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희귀암인 비인강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소방관이 처음으로 공상 승인을 받았다. 이처럼 소방관이 공상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 다소 해소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암과 소방관 직무와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시점이 1982년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소방관의 고충에 관심을 가진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관한 270여 페이지 분량의 연구용역보고서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공상처리를 위해서 원인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하는 우리 소방관들의 슬픈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방관 공상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 마련이 필수

소방관 공상에 대한 문제는 소방관 업무환경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관계기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소방관 공상 문제는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소방관은 한번 쓰고 버리는 존재가 아니다. 소방관의 건강과 행복지수가 바로 그 나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경기도, 강원도, 인천, 전라북도, 충청남도, 세종시 등에서 '순직 및 공상소방공무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해 소방관을 지원하는 노력이 있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소방관 공상을 예방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고 공상과 관련한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해 소방관이 현장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소방관의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이건 시민기자/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건 시민기자/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이건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건 시민기자는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입니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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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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