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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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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야기 하는 '소울 푸드'는 '추억의 맛'의 다른 이름이다. 그 대상은 한 가정일 수도 있지만, 지역 공동체일 수도 있다. 가장 친근한 건 '동네 맛집'이다. 동네와 음식, 그 둘의 만남은 시간이 지나 사라졌거나 역사가 됐거나. 그런 곳이 수십 년의 풍상을 겪고도 꿋꿋하게 버텨주고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경기도 태생인 내가 왈가불가하긴 그렇지만, 타지 사람의 눈에도 경북 영주에는 '쫄면'이라는 추억의 맛과 동네 맛집이 보인다. 가장 많이 얘기들었던 곳은 중앙분식과 나드리. 중앙분식 쫄면은 영주 갔을 때 음식점에 가서 맛을 봤고, 나드리 쫄면은 택배로 받아서 레시피대로 만들어 먹었다.

중앙분식이나 나드리 모두 쫄면에 양배추와 당근·오이 등을 채 썰어 고명으로 얹는다. 내 눈에 띈 차이점은 나드리 쫄면의 면이 중앙분식 것보다 좀더 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동시에 비교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나 싶다. 그리고 단무지. 중앙분식은 초승달처럼 긴 타원형인데 반해 나드리는 두께가 굵고 원형을 유지한다. 맛으로는 두 곳 모두 단무지의 품격을 잘 안다.

5월 5일 어린이날, 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경북 영주의 분식계 소울 푸드 '나드리 쫄면'을 조리해 먹었다. 물론 나드리에 주문해서 받은 쫄면을 삶고, 야채를 채 썰고, 비빔장을 넣으면 되는, 이케아 가구 조립식 방법을 말하는 거다. 이 과정 또한 당연히 맛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레시피대로만 해도 80점 이상이 보장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비빔장에 맛간장을 약간만 넣었는데, 다음번에는 인터넷과 SNS에서 유행한다는 '비빔장 6 : 맛간장 4'의 비율과 전부 맛간장으로도 한번 '좌삼삼 우삼삼' 하며 비벼봐야겠다. 비빔장은 담백하게 매콤해서 먹을 때는 맵지만, 먹고난 뒤에는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지 않고 쿨하게 떠나보내주는 그런 맛이다. 쫄면만이 아닌 다른 음식에도 썩 잘 어울릴만한 만능 비빔장 맛이다. 30여 가지 재료에 20일 이상 저온 숙성을 한단다.

영주 쫄면의 양대산맥 중에 하나인 나드리 정희윤 대표와는, 오래되진 않았지만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궁금해서 찾아봤다. 6·25 전쟁 때 월남해 남대문에서 국숫집을 하던 할머니의 손맛을 며느리가 이어받아 1986년 영주에서 나드리를 시작했단다. 32년이 지난 2018년 5월 지금에는 그 며느리의 아들이자 할머니의 손자인 정희윤 대표가 맥을 잇고 있다.

신상인 듯한 차돌박이 쫄면과, 쫄면의 베프 등심돈까스도 맛이 궁금한데, 그건 영주 나드리의 테이블에 앉아서 식당의 공기를 맡으며 먹고 싶다. 비빔장과 맛간장이 남았으니, 이제 쫄면을 주문해야겠다. 이러다가 다음번엔 '쫄면이 남았으니 비빔장과 맛간장을 주문해야겠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어떤가. 인생이나 음식이나 우리 곁을 돌고 도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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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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