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물떼새들이 이동하는 시기가 되었다. 필자가 피부로 느끼기에는 지난해보다는 약간 늦은 시기에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 장남평야에는 정말 엄청난 도요물떼새가 찾아 왔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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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동을 하는 도요새를 보기 위해 장남평야를 찾고 싶었지만, 그동안 시간이 나지 않았다. 5월 5일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장남평야에 큰물떼새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한번도 본 적이 없던 새였다. 어린이날이라 딸과 아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있던 터라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보지 못하면 평생 못 볼 수도 있는 새이기에 과감히 장남평야로 향했다. 다행히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기로 했다. 그만큼 큰물떼새는 매우 귀한 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물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며 일부 서해안 도서에서 관찰되는 종이다.
섬에 드물게 통과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운으로는 만날 수 없는 종이다. 주황색 가슴을 한 성조가 아니라 지난해 번식한 1년생 유조(어린새)였다. 큰물떼새의 관찰로 장남평야에 찾아온 도요새는 한 종 추가되었다. 필자도 신종(최초로 본 새)으로 하나 추가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어린이날 즐기다 현장을 찾아가는 바람에 카메라에 담지는 못하고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큰물떼새는 습지 옆의 육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 몽고 일부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철 호주북부로 이동하여 월동한다. 번식을 위해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장남평야를 잠시 쉼터로 삼은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어린이날과 맞바꾼 탐조가 되었다. 나에게는 평생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큰물떼새는 만날 기회가 된 것이다. 바로 세상에 큰물떼새가 장남평야를 찾아왔다고 알리고 싶었지만 잠시 참았다.
혹시 먹이를 보충하여 에너지를 채워 먼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큰물떼새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다시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큰물떼새는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아마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떠난 것으로 생각된다. 먼길 가는 여정에 장남평야가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