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 자주 나와 남북, 북미 관계를 짚고 있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가 노동자들 앞에 섰다. 1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당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초청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국제정세"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이 될 것이라 봤던 그는 "평양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그랬다면 의미도 컸다. 미국 입장에서 적진에 들어가 회담을 하는 것이니까"라며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으니, 양측이 상당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야기부터 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트럼프가 가진 사상은 극우적인 히틀러와 상당히 비슷하다. 백인 인종주의가 기본이고, 기독교 근본주의를 깔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 미국 의회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국제 동맹도 필요 없으며, 인종적 민족주의를 내걸고 있다"며 "트럼프한테는 한국이 호구다. 사드 배치와 미군 주둔 분담금에다 무기를 팔고 했던 것이 그랬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저는 트럼프 비판을 많이 해왔는데, 지금은 자제한다"며 "트럼프는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가 했던 것은 다 뒤집는다. 이란 핵 협상과 파리기후협약 등을 파기했다"고 했다.
이어 "오바마는 북한 핵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한테 다행인지 모른다"며 "우리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슬픔이 있지만 말이다. 지금 트럼프 심리를 보면, 무조건 오바마를 이겨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우리 입장은 다행인 것"이라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등장한 뒤 미국의 외교 원칙은 필요 없고, 장기 계획도 필요 없다.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다. 미국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공정무역이라 하는데 그 기준은 미국이 만족할 때까지다"라고 했다.
한미동맹 이야기를 했다. 그는 "우리는 한미동맹의 신화에 쌓여 있어 미국에 찍소리도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한국에 삥을 뜯고 있다. 이전에는 상호 신사협정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대놓고 삥을 뜯으니까 장기적으로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진보진영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면 야단이 날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동맹의 신화를 무너뜨리고 자기 이익만 가져간다는 인식을 준다면, 우리가 미국의 신화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 사정을 설명한 그는 "미국은 과도한 군사주의이고, 무기산업은 세계 최고로 그것으로 버티고 있다. 미국은 군수산업이 없으면 대량 실업사태가 온다"며 "무기를 팔아서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이 말은 미국은 평화가 두려운 것이고, 미국은 위기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할까. 김 교수는 "미국은 북한을 대할 때 늘 '악마화' 한다. 협상은 서로 국가를 인정하고 해야 하는데, 악마니까 불신하고 상대가 굴복하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등한 입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반도 주변 상황은 어떤가.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적도 아닌 것이, 친구도 아닌 것이 하는 사이다. 그래서 서로 간을 본다. 적인지 친구인지 돌을 던져 테스트한다"며 "상대방의 기 싸움이 일어난 게 사드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을 우리 땅에서 한 것"이라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망한다는 것을 알기에, 여기서 간을 보고 대리전을 하는 것이다. 남북이 분단체제가 심하면 심할수록 우리의 스트레스는 더 심해질 것"이라 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가 나빠지면, 우리라도 사이가 좋아야 그들의 경쟁 구도에 빨려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 가능성은 있다"며 "미국 월마트에 가장 많은 물건이 중국 제품이고, 그곳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트럼프 지지자들이다. 만약에 중국 상품에 관세가 붙으면 월마트 상품값이 올라가고 그러면 트럼프 지지자들한테 부담이다. 그래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은 우리한테 큰 복이었다""평창올림픽은 우리한테 큰 복이었다"고 한 그는 "촛불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앉아 있던 자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다면, 북을 불러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평창 이후 한국의 역할이 커졌고, 남북이 전체 국면을 움직이게 됐다"고 했다.
북은 왜 나왔을까. 김 교수는 "공포 반, 자신감 반이다. 트럼프가 북을 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은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며 "지금까지는 핵이 없었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핵을 가진 입장에서는 평평한 운동장이 됐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누구는 25년 동안 죽으라고 만들어 놓은 핵을 왜 폐기하느냐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북핵 목적은 체제 생존이다. 북한이 핵으로 대남적화하려고 한다는 생각은 무식(한 생각)이다. 핵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고 위협용이다"고 했다.
이어 "누구는 북이 핵을 숨겨 놓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북이 핵을 숨겨 놓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 없는 핵을 있다고 해서 오히려 효과가 있는 것이다. 있는 게 있다고 해야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북은 지금 제일 협상하기 유리한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북이 자꾸 굴복해서 나온 것처럼 한다. 핵을 포기하면 한국처럼 살게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 말은 얼마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냐. 굴복하는 것처럼 하면 북은 다시 돌아간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 교수는 "핵은 하나인데, '미래 핵', '현재 핵', '과거 핵'이 있다. 북은 하나씩 카드를 쓰고 있다"며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북핵의 사찰과 검증을 북이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이냐는 것과 미국이 북에 무엇을 줄 것이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살라미 전술'이라고, 지금까지는 북이 양보할 때마다 무엇을 요구해 왔다.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기 싸움을 하고 있다"며 "폼페이어가 북을 방문했을 때 핵사찰에도 거의 합의한 것으로 안다. 두세 단계의 핵사찰이 끝나는 시점에서 제재를 해소해 주어야 하고,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으로 가는 게 성공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가지 리스크가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모두 리스크를 안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도 리스크가 있다"며 "만약에 미국이 합의를 깬다면, 북은 중국과 러시아가 더 이상 북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익이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을 여전히 악마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조금이라도 그렇게 된다면 물어뜯으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강경파는 북을 더 물어뜯으려 할 것이다"며 "미국의 민주당도 오랫동안 북핵을 해결하려고 해왔지만 실패했다. 그들은 트럼프가 성공할까 봐 불안한 것이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그는 "흔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을 한다. 우리는 GDP가 올라가고 하면서 왕새우가 되기 보다는, 우리가 주도하는 운전자가 되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돌고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배우 '장 끌로드 반담'이 두 트럭 사이에 서 있는 장면이 있다. 두 트럭은 미국과 중국이다. 두 트럭이 가까우면 그사이에 서 있기가 편하지만 갈등을 하게 되면 허벅지 힘이 필요하다. 허벅지 힘이 남북관계다"며 "허벅지 힘이 없으면, 두 진영이 싸우게 될 때 분단세력이 부활하고, '안보파리'와 '무기장수'가 살아난다. 그리고 반평화, 분단 포플리즘이 오게 되는 것"이라 했다.
그는 "우리가 들었던 촛불의 의미 속에는 '민주주의 회복'과 '천박한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청산', 그리고 '분단적폐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고 우리의 국운이 달라지는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