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5일 오후 5시 40분]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문재인 정부의 오판 탓이다?
보수 야당들이 25일 북미 정상회담 불발의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돌리고 나섰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6.13 지방선거 직전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북풍(北風)'이라면서 경계하던 기존 입장에서 급 반전해 '정부책임론'으로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운전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근거없는 낙관론과 장밋빛 환상에 취해 있는 동안에도 현실은 냉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북미정상회담 취소 책임을 현 정부에 돌렸다.
그는 "'트럼프 노벨상'까지 들먹이며 구름 위를 걷던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중재외교" "옥류관 평양냉면에 취해서 물고기를 다 잡은양 호들갑을 떨었던 문재인 정부의 나이브한 현실인식" 등의 표현을 쓰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또 "미북회담은 한반도 안보와 동아시아 역내 안보 상황에 가장 중차대한 현안임에도 실무적 협의와 논의를 거쳐 정상적인 프로세스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예측불가능성은 상존해 있었다"라며 "이제라도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냉정한 상황 관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위 '중재자론'도 일정 부분 파산을 맞게 됐다. 북핵 폐기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립적 중재자라는 발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였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먼저, "김정은은 단 한 번도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의 입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말한 적 없는데도 청와대의 정의용 안보실장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결단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라면서 "심지어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필요 없다며 김정은의 신용보증인 노릇까지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막상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증언은 완전히 달랐다"라며 "장미빛 환상에 젖어 있는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 대통령의 특단의 판단을 요청하고 기대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는 회의 직후 '특단의 판단이 곧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외교안보라인이 너무 아마추어리즘으로, 미북정상회담이 이렇게 많은 장애를 두고 있는 그런 부분에 대해 문 대통령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라면서 긍정적으로 답했다.
유승민 "문 대통령, 운전대 앉아서 무엇을 조율했나"
바른미래당도 비슷한 입장을 펼쳤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만나서 미북정상회담을 조율하고 귀국하는 시점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이다"라면서 "한미동맹이 정상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운전대에 앉아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도대체 무엇을 조율했다는 것인가"라며 "미북정상회담이 취소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한미 간의 대화부터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라며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다르다는 생각만 가지고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채 덤비기만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자의 오만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주선 공동대표 역시 북미정상회담 취소 원인을 "김정은의 약속 뒤집기 및 한반도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 결여" "미국의 과도한 자존심과 체면 세우기"로 규정하면서도 "과도한 기대와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혼선을 야기한 한국 외교의 무능이 가져온 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여당은 판문점 선언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지나친 호들갑으로 국민들에게 허탈·상실감·불안감을 준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또 "(정부·여당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문점 선언을 비준하겠다느니, 이미 비핵화는 이뤄졌고 한반도 평화는 정착된 것처럼 과도한 홍보를 해온 것"이라며 "이는 오로지 지방선거 전략으로써 국민을 기망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주장했다.
나경원 "결국 김칫국 외교, 김칫국 안보의식으로 기회 날린 것"당 지도부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도 따로 입장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의 북미정상회담 취소통보가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 너무 슬프다"라면서 "수년간 국제사회와의 공조 끝에 이뤄낸 강력한 대북제재의 효과로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타났건만 결국 김칫국 외교, 김칫국 안보의식으로 그 기회를 날렸다"라고 밝혔다. 즉, 현 정부의 무능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다는 인식이다.
그는 특히 "북핵 폐기는 미국이 알아서 하고, 싱가포르에 가서 종전선언을 하자, 대북 경제보상을 논의하자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미국으로서는 어이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한미정상회담 직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통역하지 말라는 트럼프의 제스처는 단지 외교적 결례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거부감이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나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모처럼 만들어진 남북 핫라인을 통해 이제라도 비핵화, 북한 인권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강고히 견지하며,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도록 설득해야 합니다"라고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영상을 링크했다. 자신이 장관들을 대상으로 질의했던 내용이다. 당시 김 의원은 "그동안 북핵과 관련한 진행상황을 보면 미국과 북한의 생각에 너무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자칫 미북정상회담이 사전조율실패로 안 열릴 수도 있다"라고 질의했다. 결국,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고 강조하는 게시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