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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전국에서 모인 입대자들이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에 집합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입대 환영식을 갖고 있다.
 지난 28일 전국에서 모인 입대자들이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에 집합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입대 환영식을 갖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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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 대한민국 최강 공군.'

군대 입대하는 자랑스러운 아들들의 우렁찬 목소리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다녀오는 군대다. 아니다 요즘은 여군들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지원하고 있다.

지난 28일 아들이 입대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 가게 됐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을 오게 만들어준 아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입대 하루 전부터 되려 내 가슴이 뛰었다.

군대에 입대하는 아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엄마, 아빠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했던 터라, 짐 싸서 잠시 2년여 간 기숙사 생활을 하러 가겠지라는 딸의 이야기에 더욱 입대를 피부로 못 느꼈다.

입대 당일 진주까지 3시간 거리를 생각해 일찍 집을 나섰다. 그때도 아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편안했다. 그러면서 빨리 입대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지난 28일 필자의 아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 입대했다. 아들뿐 아니라 필자도 경남 진주에는 처음 가봤다. 연병장에 집합하기전 아들의 뒷모습이다.
 지난 28일 필자의 아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 입대했다. 아들뿐 아니라 필자도 경남 진주에는 처음 가봤다. 연병장에 집합하기전 아들의 뒷모습이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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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아들은 학교 동기들보다 1년여 늦게 군대에 입대했다. 육군 현역은 많이 기다려야 한다며, 학교를 휴학하고 빨리 군대 가기 위해 노력한 끝에 공군에 입대 하게 됐다.

진주로 이동하는 중에 아들에게 "요즘 군대는 아주 편하더라", "밥도 잘 나오더라", "기합도 많이 안 준다더라", "월급도 많다더라" 등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했다. 아들도 무척이나 설렜던 모양이다.

집에서 출발한 지 3시간여 만에 진주에 도착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주변에는 온통 입대자들과 배웅하기 위해 온 가족들로 붐볐다.

식사가 끝나고 입대까지 1시간 30분 동안 시간이 남았지만, 군대 주변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일찍 입대 장소로 가자고 했다. 그제야 의연했던 아들은 입대가 실제 상황임을 느낀 모양이다. 최대한 밖에 있다가 들어가자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대 밖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부대안 입영 장소로 들어가니 이미 많은 입영자와 가족들이 도착해 있었다. 정확히 30년 전 이맘때 나도 논산훈련소에 입대를 했다. 당시 무척 더워서 훈련받기 힘들었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예전 생각에 입대 시간이 되면 입영자들이 모여서 들어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입영자들이 묵는 생활관을 탐방할 수도 있었고, 군대 물품, 입영자에게 편지 쓰기 등등 과거와는 무척 달라진 입영 풍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잠시 긴장했던 아들도 맘이 편해진 듯, 마지막 통화일지도 모를 휴대전화를 붙잡고 연신 친구에게 통화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28일 전국에서 모인 입대자들이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에 집합해 입대 환영식을 갖고 있다. 입대 환영식이 끝난 후 배웅나온 가족들에게 절을 하고 있다.
 지난 28일 전국에서 모인 입대자들이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에 집합해 입대 환영식을 갖고 있다. 입대 환영식이 끝난 후 배웅나온 가족들에게 절을 하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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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은 흘러 입대 시간이 되자 많은 입영자들이 연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배웅을 나온 가족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별을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절을 하기도 하고, 일일이 포옹을 하기도 하고, 여자 친구와 오래 껴안는 등 아쉬워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 가족은 의외로 담담했다. 아내는 아들과 악수하면서 '건강하게 잘 다녀와라'는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또한 함께 동행했던 딸은 사정없이 오빠의 등짝을 한 대 때리며 서운한 것을 에둘러 표현한다.

나 또한, '남자답게 잘하고 오라' 어색한 말과 함께 악수로 보냈다. 그렇게 보낸 아들의 입영식이 진행됐다. 30여 분간에 걸친 입영식은 부모님에게 마지막으로 절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났고, 그제야 아들이 군대 가는 것이 실감이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배웅을 나온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때까지 담담하게 악수로 보낸 아내와 딸의 눈가도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잠시 울컥했다.

그렇게 아들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잠시 침묵만 흘렀다. 아내는 처음 아들을 군대에 보내니 서운한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이 군대에 입대한다. 마냥 아이 같기만 하던 이들이 군대서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나오면 더욱 의젓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6주 후에 다시 만날 것이다.

"아들~~~ 훈련소 밥 맛있다더라, 벌써 하루 지났다. 국방부 시계는 뺑뺑 돌아간다."


태그:#대한민국공군, #군입대, #입대환영식, #진주공군교육사령부, #아들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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