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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추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이 베이징을 거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 때 이후 18년 만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미국의 수도를 방문하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29일 오전 고려항공을 타고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도 공항에서 목격됐다.

<연합뉴스>는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일정대로라면 비행기는 미국동부시각 30일 오후 2시 20분(한국시각 31일 오전 3시 20분)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행 최종 목적지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27~29일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비핵화 로드맵', '체제안전 보장 방안' 등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하는 실무회담을 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미국의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북한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만나 회담 의전과 경호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서 통일각과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실무협의 내용에 대한 미국 측의 확신을 심는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부위원장의 상대역이었던 폼페이오 국무부장관과의 고위급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상회담 의제 등이 미국 측도 만족할 만한 내용으로 논의된다면  김 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을 덜어내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북·미정상회담 성공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8년 전 인민군복 입고 백악관 가 클린턴 만난 조명록

In this Oct. 10, 2000 file photo released by the White House, then President Clinton, right, greets Jo Myong Rok, first vice chairman of North Korea's National Defense Commission,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Jo died Saturday, Nov. 6, 2010, of inveterate heart disease, the official Korean Central News Agency reported in a dispatch from Pyongyang. He was 82. (AP Photo/White House, David Scull, File)
▲ North Korea Obit Military Leader In this Oct. 10, 2000 file photo released by the White House, then President Clinton, right, greets Jo Myong Rok, first vice chairman of North Korea's National Defense Commission,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Jo died Saturday, Nov. 6, 2010, of inveterate heart disease, the official Korean Central News Agency reported in a dispatch from Pyongyang. He was 82. (AP Photo/White House, David Scull, File)
ⓒ AP Photo/White House/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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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에 이뤄진 인민군복을 입은 북한 특사의 워싱턴 방문에서는 북한과 미국이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6.15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7월 방콕에서 개최된 아세아지역안보포럼에서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부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교부장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첫 외교장관회담을 열었다. 미국은 1999년 윌리엄 페리 특사의 방북에 대한 답방으로 북한의 특사를 워싱턴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민군 차수)을 특사로 보냈다. 북한 2인자이며 군을 책임지는 조명록 부위원장은 10월 9일 워싱턴에 인민군복을 입고 도착해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10월 12일에는 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양측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4자회담 등의 방도를 모색하고. 상호 적대의사 배제, 불신 해소 및 신뢰 조성, 주권 존중 및 내정 불간섭 원칙 재확인, 미사일 문제 해결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명록 차수는 클린턴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했고,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적극 권유를 받은 클린턴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남북관계의 커다란 진전이 북미 관계로 이어지는 모양새였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준비하기 위해 곧이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미사일 문제 해결을 논의했다.

북한과 미국은 사정거리 500km 이상의 미사일을 폐기하고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기준을 준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미국은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렇게 잠정합의를 해놓고 평양에서 열릴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이루기로 했다.

하지만 11월 7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가 당선됐고, 대통령 당선자의 의사를 존중한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포기하면서 2000년에 열릴 뻔한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없던 일이 되고 말았지만, 북한 최고위급의 워싱턴 방문이 잘 진행돼 북한과 미국 관계의 대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태그:#김영철, #조명록, #클린턴, #트럼프, #폼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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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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