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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산으로 돌아온 길냥이 마리의 모습이다.
수리산으로 돌아온 길냥이 마리의 모습이다. ⓒ 이영주(가명)

고양이들에게 특별한 감각이라도 있는 것일까. 경기도 안양시 수리산에서 태어난 길고양이 마리도 얼마 전 집으로 돌아왔다. 안양 6동 수리산에서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캣맘 이영주(54, 여, 가명)씨에 따르면 지난 4월 박달동으로 입양 갔던 마리가 어느 날 갑자기 수리산으로 돌아 온 것이다.

이영주씨는 "마리가 새끼들을 찾아 돌아 온 것 같다"며 "하지만 마리의 아가들은 수리산에 없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마리의 새끼들은 이미 죽었거나 실종 상태이다.  

마리가 수리산에서 박달동으로 입양 간 이유 역시 마리를 돌봐 주던 모 아파트 경비원이 일을 관둔데다, 마리의 새끼들이 실종 혹은 범백으로 죽어서였다. 범백은 파보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장염으로 새끼고양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마리가 수리산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 되돌아 왔는지는 알 수 없다. 이영주씨는 "마리가 산길로 온 것인지, 아니면 도로를 따라 온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수리산에서 박달동까지는 4km나 떨어져 있다. 차동차로도 16분이 걸린다. 마리가 돌아온 것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마리는 현재 안양에 있는 모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살고 있다. 마리가 전에 살던 곳이다. 지난 겨울, 이 아파트에서 일하던 경비원이 마리를 극진히 보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마리의 '귀향'을 반기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영주씨는 "길고양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일부 주민 때문에 마리의 안전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리를 박달동으로 돌려 보낼 수도 없는 상황. 길에서 살던 마리는 박달동의 한 약국에 '마당 냥이'로 입양됐다. 마당 냥이는 집안이 아닌 집 밖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뜻한다.

마리를 다시 박달동으로 돌려 보낸다고 해도 적응하지 못하고 또다시 탈출할 가능성도 크다. 마리를 입양했던 약사 K씨는 "자유롭게 살던 길냥이 마리에게 목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가 않다"며 "마리를 돌볼 수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 있다면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영주씨는 "마리를 돌봤던 경비원께서 마리를 입양하고 싶어 한다. 아저씨는 요즘 마리와 함께 살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며칠 전에는 마리의 목에 전화번호가 적힌 목걸이를 달아 놓았다. 마리가 살 곳을 찾을 때까지 만이라도 마을 주민들이 마리를 쫓아내지 않고 공존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마리를 돌봤던 경비원 A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A씨는 "지금은 충북의 한 시골마을로 귀농을 한 상태이다. 내려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정착을 하지 못했다"며 "마리와 같은 길고양이를 데려오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리가 수리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료를 먹고 있다.
마리가 수리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료를 먹고 있다. ⓒ 이영주(가명)



#길고양이 #수리산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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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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