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보낸 질의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질의서를 보낸 측에서는 "후보자 검증과 지지가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질의서를 받은 일부 후보들은 "동성애 찬반여부를 묻는 설문지 같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24일 충남 서산시기독교연합회와 서산시성시화운동은 서산시장과 도의원으로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 앞서 각 당 예비후보들의 입장을 듣고자 한다"며 "시장후보 및 도의원 후보는 별첨 질의서에 대해 입장을 밝혀 달라"고 적었다.
기독교 단체가 후보자들에게 보낸 질의서에는 폐기물매립장, 공용터미널 이전 문제 등 서산시의 현안을 묻는 질문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총 16개의 질문 중 10개 항목은 동성애(성소수자)와 관련된 것이다. 해당 질의서가 사실상 후보자들을 상대로 동성애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단체는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을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군대내의 항문성교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 6항, 동성결혼법 제정,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고 있다. 특히 6번 항목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의 동성애 옹호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활동을 '동성애 옹호'로 단순 규정하고 있는 것.
또, 질의서에 딸려온 참고자료에는 동성혼과 군형법 96조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래는 질의서에 담긴 '별첨 자료(참고)' 내용을 옮긴 것이다.
'개인에게 보장되는 혼인의 상대방 결정의 자유를 근거로 동성혼을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제한으로는 근친혼 중혼과 같은 법적 제한 뿐 아니라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되는 결합만을 허용한다는 내재적 제한도 있다'
'군대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관계이며, 절대 다수의 젊은 남성들이 성적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 폐쇄적인 단체 생활을 하므로, 동성 간의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중략) 쌍방의 합의하에 의한 동성간 성행위도 군 공동체 생활의 건전성과 군 기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군 전투력을 약화 시킬 우려가 있다'.
신현웅 정의당 서산시장 후보도 최근 해당 단체로부터 질의서를 받았다. 신 후보는 "질의서를 보고, 답변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질문 내용은 대부분 동성애와 관련된 것이다. 질문의 요지 또한 동성애에 대한 찬반을 묻고 있다"며 "서산시의 현안을 묻는 질문도 있었지만 곁다리에 불과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는 또 "일부 기독교 단체는 질의서에서 밝힌 논리를 가지고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충남 인권조례를 되살려야 한다는 나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보자들에게 질의서를 보낸 서산 기독교 단체 관계자는 "교회의 입장을 밝힌 것일 뿐, 후보자에게 선택을 강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는 6월 1일, 이 문제를 놓고 후보들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