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서쪽 해안가를 지나다보면 용담동 마을을 흐르는 한천을 만나게 된다. 한천 위로 나있는 구름다리를 지나가다보면 파란 바닷물이 막 들어온 탄성이 나오는 물빛이 펼쳐진다. 전국에서 가장 물빛이 아름답고 청명한 개천이 아닐까 싶은 곳이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한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못 혹은 소(沼)는 예로부터 용연(龍淵) 또는 용담이라고 불렀다. 그 깊이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용연은 제주도에 7년 가뭄이 들었을 때 고대정이라는 심방(제주의 무당)이 짚으로 용을 만들어 용연에 꼬리를 담그고 기우제를 드리자 비가 내렸다는 전설에서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사는 못'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보이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용두암을 보기 위해 구름다리 위를 휙 지나치기 십상이니 숨겨진 명소, 비경이라 할 만한 곳이다.
한천이 흘러가는 용연계곡에서 제주도의 선비와 묵객들이 여유롭게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졌다. 옛날 선비들이 작은 배를 타고 물놀이, 뱃놀이를 할 만했다. 요즘엔 여름 성수기 때 관광용 카약을 운영하고 선상 음악회도 한단다.
선비들이 용연계곡의 경치에 취해해 "푸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못(취병담, 翠屛潭) 혹은 '신선이 노니는 못 (선유담, 仙遊潭)'이라는 이름을 계곡 절벽에 새겼다.
천변을 따라 울창한 숲과 정자, 산책로가 나있어 좋다. 흡사 터널 같은 천변 숲길가 벤치에 앉아 있으면 새들이 상쾌한 노래를 부르며 환영해준다. 유명 관광지 용두암이 옆에 있는 덕택에 관광객들이 몰리지 않아, 천변 정자에 앉아 여유롭게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한천 위에 높은 곳에 나있는 용연구름다리에 서면 한편엔 한천, 다른 한편엔 제주 바다가 펼쳐진다.
한천 입구에서 간식 거리를 파는 상인 아주머니는 저녁엔 천변에 조명을 켜놓아 운치 있고 참 좋단다. 옛 선인들은 제주만의 아름답고도 독특한 자연풍광 중 특히 빼어난 곳 열 군데를 정해 '영주십경(瀛洲十景)'이라 하였고, 이곳들은 제주를 대표해온 경승지와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영주'는 '탐라'와 마찬가지로 제주의 또 다른 옛 이름이다.
용연구름다리가 떠있는 한천, 용연계곡 역시 영주십경의 하나로 특히 밤 뱃놀이 풍경이 아름다워 예부터 '용연야범(龍淵夜泛)'의 명소로 전해오고 있다. 이런 전통을 살려 제주시에서는 매년 용연계곡에서 선상 음악회를 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5/25일에 다녀 왔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