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인권조례 폐지의 '배후'에는 보수 교회가 있다. 보수 교회의 이 같은 행보를 보며 일부 진보적인 기독교청년들은 교회에 대한 실망은 물론이고 좌절감까지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8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는 "지방선거에서 혐오를 퇴출시켜야 한다"며 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발언대에 나선 임석규(30)씨는 "내가 이런 모습을 보려고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나하는 자괴감이 든다"며 "한국교회의 극우화와 보수정당과은 정교유착으로 도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기독교 청년'이라고 일컬으며 거침없이 보수교회를 비판하고 있는 임석규씨의 패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29일 충남 홍성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어릴 때부터 역사과목을 좋아했던 임씨는 역사와 관련된 서적과 만화를 탐독했단다. 그래서일까 그는 기독교의 문제를 역사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혈 기독교 청년이기도 한 그는 "어린 시절 이웃을 따라 우연히 교회에 갔다가 신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모태신앙일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공주대학교 재학당시에는 기독교학생실천연대(기청학련)을 직접 만들었을 정도로 교회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2015년에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를 반대하는 공주대인 연합'을 만들고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 교과서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공공연대노조 조직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 기독교 청년의 입장에서 볼 때 기성 기독교계가 지닌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회와 사회의 괴리가 심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성소수자와 외국인을 포함해 누구나 평등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한국 교회는 보수성에 기반한 성곽을 너무 높이 쌓고 있다. 그만큼 배타적이란 뜻이다."
- 지난 1월과 5월 27일, 천안시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계의 집회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지난 1월의 집회에서는 정말 많이 놀랐다. 당시 경찰 추산으로는 4000명 정도가 모였다. 일부 교인들이 시비를 걸기도 했다. 다행히 물리적인 마찰은 없었다. 기독교계에서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모 교회에서도 목사들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그것을 보고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보수교회 분들의 견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앞으로도 보수교회의 집회가 있으면 나가서 '반대 피켓'을 들 생각이다."
- 보수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슬람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충남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보수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에 들어온 초창기 교회는 미국의 근본주의적 성향의 교회였다. 한국 교회는 일제강점기 초기까지도 애국주의가 강했다. 하지만 일제가 민족말살 정책을 쓰면서 기독교는 더 이상 일제에 저항하지 못하고 동화됐다.
실제로 일부 교회는 일제 강점기 때 종탑을 떼어 일제에 상납했다. 교회 종탑은 전투기를 제조하는데 사용됐다. 일부 목사와 신도들은 궁성요배까지 했다. 이런 사례들은 당시 신문기록을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친일로 변질된 것이다. 하지만 해방 이후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한국 교회는 친미로 바뀌었다. 근본주의는 성경이 곧 진리라고 믿는다. 성경의 내용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믿는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그렇다면 시민단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기청학련 활동을 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교회도 시민사회를 잘 모르고, 시민사회도 교회에 대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가 왜 보수화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뿌리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시민사회도 교회의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교회도 자신들의 역사를 바로 알 필요가 있다. 교회 또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다. 교회에 스며있는 친일, 친미, 친자본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친일의 역사를 반성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시민사회와 교회가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기독교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렇다. 기청학련은 온라인 단체이기 때문에 그동안 오프라인 활동이 저조했다. 우선 오프라인 활동을 강화하고 싶다. 기독교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