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솎아내는 적과 작업까지 마친 사과에서 낙과 피해가 발행해 사과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낙과 피해는 거창, 문경, 영천, 예산 등 전국의 사과 주산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농민들은 "낙과 피해가 심각하다"며 "국가 재난을 선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윤동권 예산군농어업회의소 회장은 "지난해 사과 2000상자를 수확했던 농가가 올해는 낙과 피해로 600상자 정도의 수확을 예상하고 있다"며 "수확량이 1/4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국가 재난으로 선포하고, 정책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동권 회장도 예산군 오가면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윤 회장은 "농가의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조사를 바탕으로 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은 사과 낙과 피해의 원인으로 냉해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사과 꽃이 피는 시기에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고, 서리가 내렸다. 예산군 오가면의 한 농민은 "사과 꽃이 필 무렵 날씨가 영하로 떨어졌다. 날이 추워 꿀벌의 활동도 둔해졌고, 그 때문에 수정도 잘 안된 것 같다"며 저온현상(냉해)를 낙과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농민은 이어 "다른 사과에 비해 꽃이 늦게 피는 종인 시나노 골드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며 "홍로, 감홍, 엔비 등 꽃이 일찍 피는 품종들이 유난히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유성호 무한농원 농장주는 "시나노골드 품종은 4월초 저온 현상 이후에 꽃이 피었다"며 "그 때문인지 낙과 피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꽃이 피던 시기에 냉해를 입은 품종들에게서 낙과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과 낙과 피해 농민들 "재앙 수준이다"지난 1일과 2일 충남 예산군 응봉면과 오가면 일대를 돌아 봤다. 낙과 피해는 심각해 보였다. 이제 사과의 형태를 갖추고 자라고 있던 일부 사과들이 노랗게 변해 있었다. 일부는 농장 바닥에 떨어져 썩어가고 있었다.
예산군 오가면의 한 사과 농가에서 만난 농민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적과를 하는데 보통 일주일이 걸렸는데, 이틀 만에 모두 끝이 났다"며 "사과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 적과할 사과가 거의 없다. 적과 자체를 포기한 농가도 있다"고 전했다.
응봉면에 있는 권혁종씨의 사과농장도 사정이 비슷했다. 권씨는 "귀농해서 농사지은 지가 10년이 되었다"며 "10년 동안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가 짓고 있는 사과의 품종은 꽃이 비교적 일찍 피는 홍로이다.
실제로 권씨의 사과 농장에서는 이제 갓 열매를 맺은 사과들이 노랗게 변해 있는 게 종종 목격됐다. 이에 대해 권씨는 "낙과한 사과를 반으로 갈라 보면 씨가 없다"며 "수정이 되어야 하는 시기에 냉해와 서리 피해를 입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씨도 "꽃이 일찍 피는 품종일수록 피해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