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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6.13 지방선거 공보가 왔다. 구미시장 후보는 모두 다섯 명이다.
어제 6.13 지방선거 공보가 왔다. 구미시장 후보는 모두 다섯 명이다. ⓒ 장호철

지난 5월 말 소식이니 이미 구문이다. <영남일보>와 리얼미터가 공동조사한 6·13 선거 경북 구미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자유한국당(한국당) 후보가 접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당 이양호 후보 지지도는 32.6%, 민주당 장세용 후보는 30.9%로 지지율 차는 1.7%p에 그친 것이다.

이양호 32.6%, 장세용 30.9%

이번 조사는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5월 28~29일에 구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안심번호) 50%·유선전화 50%로 진행되었는데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4.4%포인트다. (관련 기사 : 구미시장, 한국 이양호 32.6 - 민주 장세용 30.9%)

 <영남일보>와 리얼미터가 공동조사한 차기 구미시장 지지도. 뜻밖에 시민들은 두 당 후보의 격차를 1.7%로 좁혀 놓았다.
<영남일보>와 리얼미터가 공동조사한 차기 구미시장 지지도. 뜻밖에 시민들은 두 당 후보의 격차를 1.7%로 좁혀 놓았다. ⓒ 장호철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래, 여섯 차례에 걸친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은 오로지 구여당 차지였다. 1회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민주자유당 김관용 후보가 자민련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했다. 2회(무투표 당선), 3회 선거에선 한나라당으로 당선해 3연임하고 물러난 그는 경북도지사에 도전해 3선을 마친 뒤 올해 물러난다.

4회부터 6회까지도 한나라당 남유진 후보가 3연임했다. 4회엔 75%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했으나 5회에선 친박연합의 도전에 과반수 득표에 그쳤다. 그는 올해 전임 시장처럼 경북도지사에 도전했지만 자유한국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여섯 번의 시장선거에서 제1야당이 후보를 낸 때는 5회(2010)와 6회(2014), 두 번뿐이다. 물론 득표율은 20% 미만에 그쳤다.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독식한 시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가 당선한 건 지난 6회 선거가 처음이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지역 주민들이 여당인 민주당이 어떤 이를 후보로 낼지를 지켜보고 있었던 이유다. 민주당 시장 후보 경선에선 4명이 각축을 벌여 장세용(64) 후보가 공천됐다. 부산대학교 HK교수인 장세용 후보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과 대구경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은 진보 인사다.

장세용 후보는 지역에 그리 알려진 이가 아니다. 그런 그가 경선을 통과한 것은 이변이었지만, 풍문에는 자유한국당 쪽에서 그의 공천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으로선 본선이 오히려 쉬워졌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구미시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접전할 가능성이 크다.
구미시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접전할 가능성이 크다. ⓒ 장호철

그런데 지난달 말에 <영남일보>의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해 봐야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유권자들이 이 뜻밖의 여론조사 결과에 흥분한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그것과 실제 선거 결과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구미시장 선거에는 다섯 명이 나왔다. 장세용, 이양호 후보 외에도 바른미래당에서 유능종 후보, 무소속으로 박창욱, 김봉재 후보가 나왔다. 이양호 후보는 농촌진흥청장과 한국마사회장을 지냈고, 유능종 후보는 변호사다. 박창욱 후보는 경영인, 김봉재 후보는 의사 출신이다.

선거 공약에서 장세용 후보는 도시 재생 정책 전문가라는 점을, 이양호 후보는 공직과 공기업에서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경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내 최대의 내륙 첨단공업 도시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근년 들면서 쇠락 추세에 보이고 있는 구미 경제에 대한 처방이다.

일단 "24년 일당독재로 피폐해진 구미를 민주당 시장이 다시 살리겠습니다"라며 선거에 뛰어든 장 후보의 일성은 가볍지 않다. 그는 도시 재생 뉴딜 사업으로 중앙시장의 혁신적 재생, 제1공단 구조고도화 사업추진, 5공단 분양 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있다.

케이티엑스(KTX) 북삼역 신설, 궤도형 버스(Tram) 노선 설치,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추진에 발맞춘 사곡역 환승장 건립 등의 교통혁신 공약도 구체적이고 파격적이며 과감하다. 그가 <도시와 로컬리티 공간의 지형도>(한울, 2018)의 저서를 낸 도시 재생 전문가이기 때문에 내놓을 수 있었던 공약일 것이다.   

그가 민주당과 ·정의당 구미 시의원 출마자들과 함께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노조와 노동정책 협약을 체결한 것은 노동 현안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기개를 보여준다. 아사히글라스는 전임 시장들이 유치한 일본계 기업으로 엄청난 흑자를 내면서도 2015년 구미공단에 최초로 설립된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을 일괄 해고했고 노동자들은 3년째 투쟁 중이다.

채울 내용이 없어 개관을 미루고있는 새마을 테마 파크는 안동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의 제2관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전임 시장과 도지사가 벌여 놓은 이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쨌든 후임 시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도, 대통령과 정당 지지도 덕분?

이번 조사 결과는 장세용 후보가 인지도가 낮다는 걸 고려하면 후보 본인에 대한 기대보다는 여당이 누리고 있는 지지도 덕을 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간판으로 명함도 내놓지 못하던 보수의 본고장, 구미에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구미시장 선거에는 바른미래당 유능종 후보와 무소속의 박창욱, 김봉재 후보도 나왔다.
구미시장 선거에는 바른미래당 유능종 후보와 무소속의 박창욱, 김봉재 후보도 나왔다. ⓒ 장호철

 구미시장 후보들. 정당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후보를 냈고, 나머지 두 명은 무소속이다.
구미시장 후보들. 정당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후보를 냈고, 나머지 두 명은 무소속이다. ⓒ 장호철

선거 결과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지만 이 뜻밖의 결과에 민주당 중앙당도 놀란 모양이다. 민주당은 최근 스타 의원들을 대거 구미로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박정희, 박근혜와 이어진 보수의 본거지에서 연출된 뜻밖의 선전에 잔뜩 고무된 것이다.  

예년과 달리 민주당은 경상북도 23개 시군 시장, 군수 후보로 17명을 공천했다. 최근 후보 등록 무효가 된 봉화를 빼면 16명이다. 그중 괄목할 만한 지지도를 보여주는 후보는 눈에 띄지 않으니 결국 한국당 잔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소속이 위협적인 곳으로 안동과 김천이 있긴 하지만 이들 무소속 후보도 어차피 한국당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 보면 시장 지지도에서 한국당과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구미의 시장선거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 쪽에선 이번 여론조사가 유선·무선 각 50%로 조사한 데 주목한다. 무선의 비중을 높이면 오히려 민주당 후보가 역전할 수도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미덥잖은 지역 표심, 변화의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 대해서 주변 유권자들은 시덤덤하다. 긴가민가하기도 하려니와 어쩐지 이 급변한 지역 표심이 미덥지 못해서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정작 기표소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이유로 옛정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거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니 그걸 흰소리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구미역 광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장세용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111유세단. 맨 왼쪽부터 이재정, 홍익표, 후보, 안민석, 박주민 의원.
구미역 광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장세용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111유세단. 맨 왼쪽부터 이재정, 홍익표, 후보, 안민석, 박주민 의원. ⓒ 더민주당 제공

구미 시민의 평균 연령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7세다. 그러나 '구미엔 젊은 사람이 들어오면 금방 늙은이들 닮아간다'고 하는 독특한 지역 정서가 있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예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난 대선에서 경북에서 가장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 높았던 지역이 구미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경북 평균 지지율이 21.73%인데 구미시 지지율은 25.5%였다. 이 경북 최고의 지지율을 견인한 것은 구미 공단의 배후 신도시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었다. (관련 글 : 대구·경북 대선,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지난 2016년 총선의 구미시 갑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백승주 후보와 맞섰던 서른넷 여성 노동자(민중연합당 남수정 후보)는 무려 38.1%를 득표했다. 이 '예상 밖 선전'을 연출한 것도 역시 지역의 반 새누리당 유권자, 그리고 변화를 기대한 젊은 표심이었음은 분명하다. (관련 기사 : 영남 보수 '성골'에 예상치 못한 야당 표심)

촛불이 세상을 바꾸고 1년, 홀대당하던 민주당 후보가 예상 밖의 지지를 얻은 것은 이런 상황의 변화와 무관할 수 없다.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여당의 일방적 우세 소식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일종의 자신감을 주었던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이제 선거는 일주일 뒤로 다가왔다. 박정희의 고향이자 박근혜의 정치적 아성이었던 보수 본향 구미의 시장선거는 경북 지역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한 지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기존 보수정당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인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를 표심에 담을 것인지를 말이다.


#구미시장 선거#여야 지지도 1.7%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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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 넘어 입문한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로 16년, 그 자취로 이미 절판된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이 남았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노화의 길목에서 젖어 오는 투명한 슬픔으로 자신의 남루한 생애, 그 심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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