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장애인들의 선거를 지원하는 '투표활동보조지원단' 협약을 맺은 장애인단체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지선언하고 나서 선거법 위반 논란이 되고 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선관위는 이 단체와 협약을 취소했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오후 달서구 용산동 달구벌종합복지관에서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와 함께 '투표활동보조 지원단' 발대식을 개최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의 협조를 얻어 장애인 유권자들이 불편 없이 투표소에 갈 수 있도록 사전투표일인 8일과 9일, 그리고 투표일인 13일 장애인 전용 '나드리 콜' 차량을 운행하고 투표활동보조인의 도움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단체의 대표인 김창환 회장이 장애인 몫으로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난 7일 다른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지지선언을 하고 나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회장은 대구지역 11개 장애인단체 및 5개 장애인체육회 대표들과 함께 한 지지선언에서 "한 번 믿어보시고 우리 권 시장을 확실하게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밀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공개적으로 지지선언을 했다.
그는 "저희들 협회에서 (대구선관위와) 발대식을 했다"며 "우리가 차를 선관위에 120대 정도 지원을 해서 8일, 9일 사전선거일 우리 장애인에게는 아주 유효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사자까지 다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 "내일하고 모레 사전선거로 승부를 내야 한다"며 "우리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은 콜을 하면 우리가 전부 후송해서 투표하도록 그렇게 체계를 갖춰 놨으니까 서슴지 않고 (전화)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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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체장애인협회장 "권영진 밀어주자, 콜하면 투표소까지 데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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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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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대구시선관위는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이 단체의 투표활동 보조사업을 중단시켰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7일 "회장이 특정 캠프에 관여하고 있다 해서 그 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안 맞다"며 "우리가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도록 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3~4개월 전부터 추진했고 내일 당장 투표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취소할 수 없다"며 "공직선거법에 의해 단체와 협약을 맺고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구선관위는 8일 오전 대구지체장애인협회의 투표활동보조사업을 중지시켰다. 선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이 단체 회장이 선대위원장을 맡고 지지선언을 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면서 "일탈행위로 치부하기에는 저희 조직이 상처를 받는 것 같아 오늘 오전 활동을 중지시켰다"고 알려 왔다.
한편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측은 "권영진 후보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환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장의 도를 넘은 선거법위반 행위를 규탄한다"며 "대구시선관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선거법 위반 의혹을 신속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임 후보 측은 "김창환 회장이 권영진 캠프의 선대위원장인지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면 선거를 엄중히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당연히 지켜야 할 선거중립을 위반한 것"이라며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장애인단체와 함께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