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으로 금산군수에 나선 김진호 후보의 부인인 고 강복순 씨가 "어떤 사람이 진실한 사람(후보)인지 알아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7일 목숨을 끊었다.
유서를 보면 고인은 남편이 '금산에 미친 사람처럼' 헌신했는데도 주변에서 차가운 시선을 보내자 크게 실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경쟁 후보들이 남편이 한 일까지 자신들이 한 일로 공치사하자 격분한 정황도 담겨 있다.
고인은 "의료폐기물 시설을 막겠다고 밤새워가며 글 쓰고, 코피까지 흘리면서 일한 남편을 정작 주민들이 미친놈이라며 선관위에 고발했다"고 탄식했다.
금산군 군북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논란은 5년 전 시작됐다.한 업체가 군북면, 제원면 경계에 하루 48t을 처리하는 폐기물 소각장을 신청했다. 김 후보는 대책위원장을 맡아 소각장을 막기 위해 싸워 왔다.
고인은 "올 초 구정 새고(지나고) 부부 모임 여행 날짜가 잡혔지만, 변호사를 최고 약한 사람을 산다는 정보를 듣고 여행을 포기하고 혼자 애를 쓰고 다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금산군수 후보는 김 후보를 포함해 모두 5명이다. 현 군수의 3선 연임제한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큰 이슈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이다.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반대' 공약을 내걸고 있다. 주민들은 1심 패소 후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고인은 "당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의료폐기물소각장을 막겠다고 삭발식으로 위선 떨고, 떠들고 다니는 꼴이 정말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최근 의약품용 인삼을 규제하는 약사법개정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개정 전에는 의약품이나 한약재용 구분 없이 1회의 검사만으로 유통됐지만 개정된 이후부터는 추가 검사를 받고 있다. 김 후보는 '이중규제와 과도한 검사비용으로 인삼 시장이 위축된다'며 사비를 들여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고인은 "(개정된 약사법은) 인삼의 족쇄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왜 자기 몸을 혹사하느냐"고 남편의 희생을 빗대 군민들을 향한 원망의 소리도 남겼다.
고인은 글 끝에 "이제라도 군민들이 어떤 사람이 진실한 사람(후보)인지 알아준다면 죽어도 소원이 없다"며 "정의가 무엇인지, 돈이 앞장서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보여 달라"고 썼다.
고인의 장례식은 지난 9일이었다. 아래는 고인이 남긴 유서 전문이다.
금산 사람들 보시오 진호 씨. 정말 열심히 금산을 위해 사비 들여가며 죽도로 일한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이제 그만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오 년 동안 지켜보면서 금산에 미친 사람이라고, 속 없는 사람이라고 욕도 했습니다. 의료폐기물 막겠다고 밤을 새워 글 쓰고 코피까지 흘리면서 일하는 당신을 정작 앞장서야 할 주민들은 회사하고 짜고 미친놈이라고 선관위에 고발까지 일삼는데…. 금산에 사는 사람들도 '돈 없는 사람이 뭘 한다고 하냐'며 비아냥거리듯 합니다. 인삼산업의 족쇄인 약사법 폐지 헌법소원을 제출했는데 돈 많은 사람들에게 (검사비는) '인삼 잘 되면 아무것도 아닌 돈'인데, '누군가 하겠지'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왜 자기 몸을 혹사하는지 더는 볼 수가 없습니다. 금산군수 후보자들과 구의원, 도의원들에게 말하고 싶다. "머리 깎고 위선 떨지 말라, 너희들이 뭐 한 게 있느냐" 올 초 구정 새고 부부 모임 여행 날짜가 잡혔습니다. 그때를 이용해서 (의료폐기물소각장 관련 소송 관련) 변호사를 최고 약한 사람을 산다는 정보를 받아 (남편은) 여행을 포기하고 막아보겠다고 혼자 그러고 다녔습니다. (그러니 다른 후보들이) 같잖지 않겠습니까? 도의원은 외국 갔고 모 의원은 진호씨를 스토커 취급하고, 군수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의료폐기물 막겠다고 떠들고 다니는 꼴이 정말 가당치 않습니다. 이제라도 금산군민들이 어떤 사람이(후보가) 진실된 사람인지 알아준다면 지금 죽어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금산군민 여러분. 정의가 무엇인지, 이제는 돈이 앞장서는 세상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