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은 거대한 물류 창고가 가로 막고 있고 마을 옆으로는 매연을 뿜어대는 헬리콥터 수리장이 떡하니 서있다. 헬기장과 물류창고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밤잠을 설치는 일도 많다. 충남 예산군 삽교읍 효림리 마을 주민들이 처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헬리콥터를 도색할 때 나오는 역한 냄새와 미세먼지를 수십 년 째 견디며 살고 있다. 마을 주민들 중 다섯은 이미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물론 주민들은 그 원인으로 헬리콥터 공장을 지목하고 있다. 주민들이 폐암 원인에 대한 역학 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12일 효림리 마을을 방문했다. 이날은 대전MBC <시사플러스> 취재진도 함께 했다.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뒤 <시사플러스> 팀은 효림리 마을 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김학철 피디를 비롯한 3인의 취재진은 벌써 다섯 번째 마을을 방문했다. MBC 취재진은 마을에 대한 기초 취재를 모두 마친 상태이다. 방송을 앞두고 전문가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이날 임상혁(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현장을 방문했다. 시사플러스팀이 방문을 요청한 것이다. 효림리 주민들은 임 연구위원에게 마을의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다. 주민 홍중기 씨는 "폐암으로 돌아가시거나 현재도 폐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마을 산등성이에 거주했다"라며 "헬기장에서 나오는 매연과 가스가 집중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을 앞에 물류창고가 들어와 새벽이면 소음이 심각하다"며 "이른 새벽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나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요즘은 물류창고 쪽에서도 미세먼지가 날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마을 옥상에는 헬기장과 물류창고 등에서 날아온 물질로 추정되는 검은 먼지가 가득 쌓여 있다.
임상혁 상임연구위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들은 뒤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임 위원은 "좀 더 조사가 필요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헬기장인 것 같다"며 "헬기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취재중에도 계속 날아드는 헬기... 소음은?
대전 MBC 취재진이 촬영을 하고 있는 중에도 마을 위로는 연신 헬기가 날고 있었다. 이날은 비교적 조용한 편에 속했다. 취재진이 마을의 한 가정집 옥상에서 측정기를 대고 측정한 결과 헬기의 소음은 50데시벨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학철 피디는 "오늘은 산림청 소속의 작은 헬기들이 지나가서 소음이 적은 것 같다"며 "지난 번 취재 때는 80데시벨이 넘는 소음이 측정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피디는 "주민들은 소음 민원만으로도 복합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우리의 취재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행정은 주민들의 고충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효림리 마을 주민들의 사연은 오는 25일 오후 8시 55분 대전MBC <시사플러스>에서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