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강세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인천에서 기초단체장으로 출마한 후보 모두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데다가 정의당 최초로 광역의회 비례대표 1석까지 챙겼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5비2락'(5번 정의당을 뽑으면 2번 자유한국당이 떨어진다)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제1야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의당 '전략지역' 인천... 사상 첫 광역시의원 배출정의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인천을 전략 지역으로 삼고, 남동구청장에 출마한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과 남구청장에 출마한 문영미 전 남구의회 의원을 전폭 지지했다. 이정미 당대표와 심상정 국회의원도 수차례 지역에서 유세를 도왔다.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은 수도권 최초의 진보 구청장으로 지역주민들에게도 평가가 좋았으나,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장석현 새누리당 후보에 득표율 0.5%p 차이로 아쉽게 자리를 내줬다.
이후 2016년 총선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야권단일화로 후보 자리를 내주고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과 박남춘 의원의 당선에 기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22.02%(5만3254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지역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남구청장에 출마한 문영미 후보는 이번이 첫 구청장 선거 도전이었다. 문 후보는 2006년 민주노동당으로 남구의회에 입성해 3선 구의원으로 지역 주민들과 단단한 유대를 형성하면서 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34명의 인천 기초단체장 출마자 중 유일한 여성 후보로, 이번 선거에서 11.2%(2만215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선전했다.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김응호 후보는 3만7472표(2.8%)를 받았고, 광역의회 비례대표에서는 정당득표 9.2%를 기록해 조선희 비례대표 후보가 인천 최초 정의당 비례대표 시의원이 됐다.
결과적으로 중앙당의 전략 지역인 인천에서 기초단체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데다, 기초의원에서 기대가 컸던 여러 후보들이 낙선하며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인천 지역 기초의원에 출마한 정의당 후보 대부분이 정당 득표율(9.2%)를 앞섰고, 최대 21.7%까지 얻는 등 앞으로 가능성을 엿보였다.
특히 다른 당과 단일화 과정 없이 정의당 단신으로 얻은 득표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크다. 정당 득표에서는 자유한국당(26.4%)을 뒤쫓았고, 6.6%의 바른미래당을 크게 앞지르기도 했다.
"공룡 여당에 대한 매서운 채찍은 꼭 쥐고 가겠다"
당 지도부도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했다고 평가한다. 심상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조건 없이 협력하겠다. 그러나 공룡 여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매서운 채찍은 꼭 쥐고 가겠다"라면서 "2020년 총선에서는 의석수로 제1야당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전국 정당득표 3위를 기록하고, 서울 9.7%, 경기 11.4% 등 수도권 등에서 10% 안팍의 성적을 낸 데 대해 당 지도부도 일정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인천시장에 낙선한 김응호 후보도 14일 낙선사례를 발표하면서 "비록 낙선했지만 인천시장 선거로 정의당의 필요성과 실력을 평가받았다"라며 "35명의 민주당 시의원이 당선된 독점적 인천시의회에서 단 한 명의 정의당 인천시의원의 역할은 분명하다. 민주당 중심의 지방정치가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게, 시민들 민생 지키기로 나아가게 정의당이 개혁과 민생의 견인차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정의당 인천 첫 비례대표 시의원에 당선한 조선희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슬로건이 제1야당 교체였는데, 제가 들어간 것을 보면 그 구호가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정의당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진보정당답게 강력한 개혁의 견인차가 되는 의정활동, 시민들과 소통하며 모두를 위한 평등도시 인천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가올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지방선거에 정의당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주목된다. 다만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후 선거에서도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