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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 월드컵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셔틀 차량 '맹꽁이 전기차'가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17일 오후 맹꽁이 전기차를 직접 타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곳곳에서 위험 요인이 발견됐다.

출발 전 탑승객을 대상으로 한 안전 방송이나 운전자의 설명은 없었다. 탑승 보조 요원이 있었지만, 검표와 자리 안내만 맡고 차량에 탑승하지는 않았다. 운전자가 뒤를 돌아보며 탑승객을 확인하는 게 전부였다.

가파른 언덕길로 접어들자 몸이 심하게 요동쳤다. 안전벨트가 없는 탓에 두 팔로 손잡이를 꽉 잡고 있어야 했다.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박 아무개씨(38)는 "경사로에서 생각 보다 쏠림이 심한데 승객 추락을 방지할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쇠사슬로 된 안전 고리가 문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경우가 눈에 띄었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쇠사슬이 열린 채 달리고 있는 맹꽁이 버스
 안전을 위해 설치된 쇠사슬이 열린 채 달리고 있는 맹꽁이 버스
ⓒ 채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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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승객 중 일부는 밖으로 손을 뻗고 셀카를 찍는 등 위험한 행동을 했지만 운전자의 제지는 없었다. 특히 뒤를 보고 앉게 만들어 진 마지막 좌석은 운전자가 거울을 통해 확인하기 어려워 더 위험해 보였다.

아찔한 상황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하늘공원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선 차량들이 수시로 맹꽁이 전기차를 추월했다. 도로를 따라 주차장이 있어 차로 폭이 좁은 상황. 자칫 접촉 사고라도 난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17일 오후, 중형 버스가 맹꽁이 전기차를 추월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추월이 금지된 곳이다
 17일 오후, 중형 버스가 맹꽁이 전기차를 추월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추월이 금지된 곳이다
ⓒ 채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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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전기차 운전기사들의 안전 의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코너로 접어드는 내리막길에서 한 손으로 휴대폰 통화를 하며 운전을 하는가 하면 지정된 위치가 아닌 곳에서 승객을 내려주는 경우도 목격됐다. 방향 지시등 점등도 하지 않았다.
 17일 오후, 맹꽁이 전기차 운전기사가 한손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운전을 하고 있다
 17일 오후, 맹꽁이 전기차 운전기사가 한손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운전을 하고 있다
ⓒ 채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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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엔 맹꽁이 전기차가 가로등을 들이받아 관람객 9명이 다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는 70대 여성이 갑자기 출발한 차량에서 떨어져 허리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저속 전기차 아닌 '오락 시설'

맹꽁이 전기차는 2010년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가 도입해 민간 업체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셔틀버스의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법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맹꽁이 전기차는 전기 자동차가 아닌 '오락 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자동차가 아니다 보니 자동차관리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기 검사 의무도 없어 위탁 업체가 자율적으로 하는 검사가 전부다.

 맹꽁이 버스는 자동차가 아닌 '오락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공원 내 도로를 달린다지만 일반 차량들과 뒤섞여 위험해 보였다
 맹꽁이 버스는 자동차가 아닌 '오락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공원 내 도로를 달린다지만 일반 차량들과 뒤섞여 위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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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어 사고가 나도 일반 보험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마저도 위탁 업체가 사고 발생 사실을 숨기면 서울시는 알 수가 없다.

서울시가 위탁 업체와 맺은 허가 조건에도 문제가 있다.

안전 관련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위탁 업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시민 불편이 없도록 인력 배치를 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조건으로 보조 요원의 탑승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맹꽁이 전기차 뒷 좌석은 차량 진행방향과 다른 역방향 좌석이다. 운전기사가 승객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맹꽁이 전기차 뒷 좌석은 차량 진행방향과 다른 역방향 좌석이다. 운전기사가 승객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채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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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18일 서울시 관계자는 "맹꽁이 전기차는 최고 시속이 20km라 안전 요원이 굳이 탑승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차량 정비는 제조사에서 나온 정비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 기준이 허술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올해 10월 새로운 운영사를 선정하게 되는데 안전에 관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맹꽁이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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