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0일 고위당정청회의를 통해 내달 1일 실시되는 노동시간 단축 관련 행정 단속 및 처벌에 대해 6개월 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관련해선 개정된 법의 취지를 제대로 알리는 한편, 임금인상 효과 감소가 우려되는 저소득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시간 단축 처벌 유예기간 마련 결정은 이날 회의 때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에서부터 예상됐다. 이 총리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3대 정책 기조는 확고히 유지해 나갈 것이지만 그 기조를 연착륙시키고 실현해 나가는 데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경총의 근로시간 단축 처벌 6개월 유예 요구를 "충정의 제안"으로 언급했다. 즉, 노동시간 단축으로 예상되는 시장의 충격을 줄이면서 연착륙하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중소·중견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건설업 등 준비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과 업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준비하는 등 연착륙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면서 "업종별 특징을 반영한 노동시간 단축방안 마련에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추가 브리핑 땐 "연말까지 처벌보다 계도중심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행정 지도상의 문제만 아니라 형사처벌적인 부분에서도 반영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론 "(노동시간 단축 관련) 기존에 고발된 사건이나 수사 중인 사건, 고발될 사건도 있을테지만 국가정책적으로 결정되거나 국민적 공감대가 절대 다수로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재량 발휘가 가능하다"면서 "그 안에서도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등 경중을 따질 수 있을 텐데 일선의 행정감독이나 수사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진통 겪은 여당, '정부 홍보' 문제 삼아
최저임금 인상효과 감소 논란을 사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한 해법으론 ▲ 홍보 ▲ 추가 지원 ▲ 노동계 설득 등 3가지로 가닥 잡았다.
이와 관련, 박 수석대변인은 "당·정·청은 개정된 최저임금법의 취지와 내용, 영향 등을 국민께 제대로 알리고, 이번 법 개정으로 인금인상 효과가 감소할 수 있는 저소득 노동자에 대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라며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을 기한 내에 의결할 수 있도록 노동계를 설득하는데도 적극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해 "열띤 토론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다만, 이는 주로 제대로 된 정책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지적이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회의 때 "최근 최저임금 인상문제만 하더라도 소득주도성장의 모든 것이 최저임금인 것처럼 일부 언론에서, 또 일부 국민들이 그렇게 이해하도록 방치한 것은 정부 측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추미애 당대표도 "(최저임금 문제가) 아래는 두텁게, 위로는 얇게 하는 '하후상박'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국민이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것을 잘 조정하고 홍보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으로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이 밑도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일치시키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설득의 책임은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졌다. 김 장관은 회의에서 긴밀하게 설득하고 호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초 저소득 맞춤형 일자리 및 소득지원대책 발표키로
다만, 당·정·청은 이날 "고용 및 소득분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지표가 악화한 것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책임감을 표명한다"면서 저소득 맞춤형 일자리 및 소득지원대책을 7월 초 발표하기로 했다. 또 국회 정상화 후 상가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법을 비롯한 소상공인 및 민생법안을 조기 처리하기 위해 야당과 협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 수석대변인은 "근로능력이 있는 계층에는 일자리를, 근로능력이 취약한 계층에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성장 기조를 뒷받침할 '규제 혁신 5법'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금융혁신지원법·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지역특구법 개정안 등 '규제혁신5법'은 지난 2월 민주당에서 발의했다. 이에 대해 박 수석대변인은 "홍 원내대표가 '당내서 큰 이견이 없어 소관 상임위에서 토론하고 정책 의총을 통해 당론화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낙연 총리가 이에 대해 '매우 든든하다, 속도를 내 달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에서 이슈로 부각시켰던 보유세 개편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브리핑할 정도로 방향이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재정개혁특위에서 논의하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