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평범한 시민을 열혈 활동가로 만들기도 한다. 곽동민(47) 씨는 헬리곱터를 수리하는 항공정비사다. 중 1과 초등학교 5학년,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개표기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 <더플랜>을 보고 '시민의 눈'에서 활동하게 되었다고 했다.
곽씨가 활동하고 있는 '시민의 눈'은 자발적인 시민모임으로 거소투표와 사전투표, 본투표와 개표까지 선거의 모든 과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진행한다. 곽씨는 '시민의 눈' 홍성 지역 총무를 맡고 있다. 사실상 홍성 접주(홍성 대표)의 역할까지도 도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장미 대선' 과정에서 기자를 만났다. 그는 "접주가 있는데, 나보다는 접주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그랬던 그가 뒤늦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는 일종의 의무감 때문으로 보였다. 그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선거의 전 과정에 참여해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감시가 소홀해질 경우 언제든 부정선거가 되살아 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난 21일 충남 내포신도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시민의 눈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4.19 혁명도 부정선거에 의해 시작됐다. 1987년 구로구청 점거사태도 투표함 바꿔지기 의혹 때문에 일어났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더플랜>을 보고 전자 개표기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영화를 통해 '시민의 눈'도 알게 됐고 바로 가입했다. 전에는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것 자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성격상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거를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앞섰던 것 같다."
- 이번 선거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포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발견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었나. "가장 큰 문제는 관행이다. 투표용지에 절취선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경우 투표인수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개표사무원들이 지켜야할 주의사항을 적어 테이블 마다 비치해야 하는데 그것도 없었다. 개표장의 보안이 철저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보였다.
개표장의 경우 선관위 직원, 개표사무원, 개표 참관인 등 허가받은 사람들만 출입해 개표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내가 참관한 개표소는 일반인들이 관람을 원할 경우, 관람증을 받고 2층에 올라가 개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이 앞에서 막고 있는데도 "잠시만 들어갔다 오겠다"며 막무가내로 개표소로 들어오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관행적인 행태 때문에 선관위 직원들도 꽤 힘들어 했다."
- 참관을 하면서 느낀 또 다른 문제는 없었나."개표 참관인들이 본인들이 참관한 정당의 개표가 끝나면 자리를 비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른 새벽까지 개표가 진행되더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않은 참관인들에게는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 참관인의 경우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4만원이 지급된다. 12시 이후부터 4만원이 추가 된다. 일찍 돌아간 참관인들을 일일이 확인해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끝으로 시민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개표장에서의 작은 실수, 관행과 느슨함은 특정 후보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충남 청양군의 경우 단 1표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모든 후보자들에게는 한표 한표가 소중하다. 개표참관인은 당을 떠나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참관에 임해야 한다.
그 일을 일정 부분 '시민의 눈'에서 하고 있다. '시민의 눈'의 역할도 현재보다는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선거의 전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감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