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문턱까지 갔던 계룡시 인권조례가 기사회생했다. 인권조례 폐지를 결정했던 계룡시의회가 재의결에서는 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계룡시의회는 25일 오전 11시 '제127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계룡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주민청구 폐지 조례안(계룡 인권조례 폐지안)'을 부결했다.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우삼열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무기명 투표 결과 시의원 7명 중 4명이 폐지안을 찬성, 3명이 폐지를 반대했다"라며 "폐지가 확정되려면 2/3인 5명이 (폐지)찬성해야 되기 때문에, 인권조례 폐지안은 부결됐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계룡시 인권조례는 그야말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계룡시의회는 지난달 1일 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의원 7명의 만장일치였다. 광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인권조례가 폐지된 충청남도의회에 이어 산하 기초단체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나와, 많은 인권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계룡시가 같은 달 21일 의결된 안건을 다시 심사해달라는 '재의요구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인권조례는 다시 한 번 계룡시의회 책상 위에 오르게 됐고 기존과는 달리 존치로 결정 난 것이다.
"인권조례 수호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압승 결과" 이날 계룡시의회의 결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우 집행위원장은 민주당의 6.13지방선거 압승을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우 집행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은 충남도당 차원에서 인권조례 폐지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했었다"라며 "대부분의 지자체 의회를 자유한국당이 장악하고 있어 (인권조례 수호에) 어려움이 많았다"라고 했다. 그는 "충남도의회 인권조례만해도 민주당 의원들 전원이 폐지를 반대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다수여서 폐지가 가결됐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6.13지방선거에서 전국민적인 심판이 있었다"라며 "충청남도, 계룡시의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2/3이상이 민주당 소속이 당선됐다. 자유한국당 4명, 더불어민주당 1명, 바른미래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자유한국당이 다수였던 계룡시의회도 이번 선거로 바뀌었다. 민주당 5명, 한국당 1명, 무소속 1명이 당선됐다. 선거에 나온 현역 4명 중 당선 된 것은 자유한국당 허남영 의원뿐이다. 사실상 물갈이가 된 것이다.
임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계룡시의회 의원들이 인권조례의 운명을 결정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현역 1명을 제외한 6명의 의원이 시의회를 떠나는 것이라, 인권조례 폐지라는 '악수'가 나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퍼졌다. 이에 차별금지제정연대 등 인권단체들은 "인권조례 폐지시를 중단하라"라는 연서명을 받기도 했다.
우 집행위원장은 "국민의 심판을 받아 떨어진 사람들이 시민 인권에 대한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염치도 없고 양심도 없는 작태다"라며 "다행히 국민의 심판 앞에 일부(계룡시의회의원들)도 양심적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지금도 4명이나 폐지안에 찬성했지만, 일부는 시대적 변화를 인식해 합리적 판단을 한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인권행정, 원상복귀 해야"... "민주당 '인권조례' 당론으로 채택하길"계룡시 뿐 아니라 충청권에 퍼졌던 '인권조례 폐지' 광풍은 잦아들고 있다. 그는 "충북 증평군도 인권조례 폐지안이 군의회에 올라갔다가 자진 폐지한 것으로 안다"라며 "이처럼 지방선거 이후 폐지시도가 무산되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했다. 그는 "선거 이후 변화된 (정치)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우 집행위원장은 이제는 충남인권조례 차례라고 했다. 충남인권조례는 지난 4월 도의회 재의결에서도 폐지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충청남도가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제기, 무효확인소송 판결이 나오기까지 조례 폐지에 대한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집행정지 신청을 한 상태다. 그는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가결로,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가 직무정지된 상태다"라며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인권행정이 다 마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지방선거 결과, 도지사도 민주당이고 의회도 민주당이 다수를 점했다"라며 "이는 국민이 구태정치를 일삼은 자유한국당을 심판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선택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이런 민심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민주당이 책임지고 인권행정을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주당은 당론으로 실행력있는 인권조례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