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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 신상호

'재벌들은 피했다'

이번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재벌 봐주기'란 비판이 나온다. 대기업 부동산(빌딩)의 세금 인상은 다주택자의 10분의 1 수준이고,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공시지가도 건드리지 않았다. 재벌 대신 애꿎은 '다주택자'만 잡는다는 혹평도 나온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 시나리오는 모두 네 가지다. 종부세 세율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 부담을 늘리는 차등 과세 등이다.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은 재벌 소유 빌딩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세율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대기업이 소유한 업무용 빌딩은 주택이 아닌 별도합산(토지) 세율을 적용한다. 현재 종부세의 토지 별도합산 세율은 0.5~0.7% 수준이다. 반면 주택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은 0.5~2.0%로 훨씬 높다.

"몇 억짜리 아파트 가진 사람이 재벌보다 세금 더 내"

이번 종부세 개편안에서도 대기업 부동산 세율(토지별도합산)은 0.1~0.2%p 정도만 인상된다. 반면 개편안은 주택소유자에 대한 세율을 최대 1.0%p 인상하겠다고 했다. 대기업 부동산 세율보다 최대 10배 올리겠다는 것.

대기업들이 가진 부동산보다 다주택자, 고가 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는데 방점을 둔 모습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도 "개편안은 몇 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 수 조원을 가진 재벌보다 세금을 더 내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과세 형평성 문제도 건드리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건물가격과 토지가격을 합쳐 종부세 과세를 한다. 그런데 롯데월드타워 등 대기업 빌딩(건물)은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상업용 빌딩은 건물가격은 빼고, 토지가격(공시지가)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

국세청의 종합부동산세 요약표에도 상가와 사무실, 빌딩, 공장, 사업용 건물 등의 '건물값'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 아파트는 건물값과 땅값을 모두 합쳐 산정하는데, 대기업 빌딩은 땅값만 산정하는 것.

가령 토지가격이 300억, 빌딩 건축비가 1조 원인 빌딩의 경우, 종부세는 토지분(300억)에 대해서만 부과된다. 빌딩 건축비가 2조, 3조여도 마찬가지다.

건축비만 3조 원이 넘게 투입된 롯데월드타워, 평당 건축비만 1000만 원 가까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삼성 서초사옥 등이 대표적인 특혜 빌딩들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과세를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담지 않은 점, 분리과세대상 토지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포함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점은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라는 취지를 고려할 때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재벌에 수천억 세금할인해주는 공시지가 문제도 손 안 대

이번 개편안은 공시지가 문제도 손대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재벌이 보유한 부동산의 시세 반영률은 39%에 불과했다. 세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낮아, 그만큼 세금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것.

당시 경실련은 삼성과 현대, 롯데, 에스케이(SK), 엘지(LG) 등 5대 재벌들이 가진 부동산 35개를 분석했다. 공시가격 총액으로는 21조 원이었지만, 주변 시세를 반영해 책정한 가격은 모두 55조 원이었다.

낮게 책정된 공시가격에 따라, 5대 재벌들은 매년 2200억 원의 세금을 덜 내고 있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었다.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는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번 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성달 팀장은 "공시가격을 제대로 책정하고, 이를 토대로 세율 등을 개편해야 순차적으로 갈 수 있다"면서 "재벌이 세금 특혜를 보는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다주택자 세 부담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자산 불평등 구조 해결은 어렵다"고 꼬집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도 "공시가격 문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이고 전반적으로 (재정개혁특위가 내놓는 대안이) 너무나 조심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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