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빙하기 직전의 공룡 정당이다. 자기 안에서는 답이 없다. 공룡이 멸절을 하고 빙하기가 온 건데, 한국당은 거의 그런 상태이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자유한국당이 빙하기 직전의 공룡이면, 바른미래당은 공룡도 아니고 빙하기 지난 도룡뇽이다. 바른미래당이 소멸의 길로 갈 가능성이 60% 이상이다." (장진영 전 바른미래당 동작을 지역위원장)2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6.13 지방선거 평가와 과제' 집중토론회에서 때 아닌 '공룡' 논란이 일었다. 김관영(전북 군산, 재선)·하태경(부산 해운대구갑, 재선) 의원 주관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두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이성권 전 바른미래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장진영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도 토론자로 나섰다. 두 전직 위원장은 6.13 지방선거에서 각각 부산시장과 동작구청장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들은 바른미래당이 '위기'라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했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는 상당한 견해차를 보였다. 국회의원들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희망을 찾자"고 독려했지만, 선거 낙선자들은 "바닥 밑에는 지하가 있다"며 의원들의 인식이 안일하다 비판했다.
'위기'라는 데 공감, 하지만 희망에 대해선 의견 갈려
이날 발제로 나선 김태일 교수(전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토론자들은 바른미래당의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위기'로 규정했다.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19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민주평화당(기초단체장 5명,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46명)보다도 저조한 수치이다. 전국 정당(광역의원 비례) 득표수 및 득표율에서는 197만3141표, 7.81%를 기록하며 정의당(226만7690표, 8.97%)에 밀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그 패인이 '공천잡음에서 드러난 당 지도부의 계파갈등',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 실패로 인한 존재감 상실' 등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태경 의원은 "언론에서는 우리가 싸울 거리 없는지만 주목하는데, 적절한 시기에 결국 취재거리를 제공했다"면서 "우리당 (지지율을) 가장 많이 깎아먹은 게 공천 갈등인데 이건 이념갈등도 아니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성권 전 위원장은 "그나마 보수 혹은 중도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이 바른미래당에 희망을 가지고 지지를 고민하고 있었다"라면서 "(그런 와중에) 안철수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 부산에 있는 제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두 보수야당의 단일화 논의가 "(바른미래당을) 자유한국당의 부속화시키고 주변화시켰다"라며 "선거기간 동안 바른미래당을 자유한국당 아류 정당 이미지로 결정해버렸다"라고 분석했다.
현직 국회의원들은 바른미래당의 내일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김관영 의원은 "우리는 더 내려갈 곳도 없다. 그게 희망이라면 희망"이라면서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희망을 찾자"라고 말했다. 하 의원 역시 "우리 당이 새로운 시대에 제1야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면서 "우리가 잘하기에 따라서 한국당 지지율을 넘고 야당 전체의 분위기 주도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국당이 휴지기에 들어가 있는 이 시기에 우리가 최대한 단합하면, 바른미래당의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전직 위원장들이 "안일한 인식"이라고 꼬집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장내에 불이 붙었다. 장진영 전 위원장은 "우리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에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게 두 국회의원의 공통된 인식인데, 바닥 밑에는 지하가 있다"면서 "이대로는 바닥 밑으로 떨어져 소멸할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는 소멸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라고 반박했다. 장 전 위원장은 "1000명이 넘는 낙선자를 양산한 예는 우리 정당 역사상 없었다"면서 "뿌리가 되는 조직들이 와해됐다, 이 상태로 총선을 치르기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문병호 전 인천시장 후보는 "국회의원 두 분 얘기하시는 건 과거 레퍼토리의 반복이다, 그런 얘기할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수습 방안에서 국회의원들이 배제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후보는 "우리 당은 사망선고를 받았고, 이대로 변화하지 않고 간다면 총선 때 다시 한 번 심판 받고 끝난다"면서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변화가 되지 않으면, 바른미래당에 미래가 없다고 본다"라고 일갈했다.
"아직 안철수 바라보는 국민들 많다"토론자들은 또한 선거 패배의 책임 일부가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에게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단일화 논란이나 공천 갈등이 바른미래당의 잠재적 지지율을 깎아먹었다는 비판에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계은퇴'를 고려하는 건 과하다며, 안철수가 여전히 바른미래당의 자산이라는 데도 뜻을 함께했다.
김태일 교수는 "(안철수가) 사회에서 쌓아왔던 사회적 자본, 소셜 캐피탈을 거의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안 전 후보가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소진된 소셜 캐피탈을 충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전 후보는 우리가 쓰고자 하는 부활의 서사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건 분명하다"며 "그걸 놓치면 얻는 게 하나도 없다, 지나친 청산주의적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이성권 전 위원장 역시 "안철수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아직도 안철수 때문에 바른미래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많다"라고 평가했다. 대신 그는 "이제 안철수가 민생을 챙기면서 그 삶을 받치는 활동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이를 통해 바른미래당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안철수 전 후보가) 헌신할 수 있다. 저는 그게 희생이고 헌신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