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도 활력도 급격히 떨어지는 나이 40대. 날씬하고 예쁜 몸을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몸, 에너지 넘치는 몸을 만들기 위해 하루 5분, 10분이라도 짬을 내어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저질체력 극복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
2017년 9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딸아이가 말했습니다.
"아빠, 담배 피우면 빨리 죽는데, 빨리 죽고 싶어? 오늘 학교에서 금연 교육 받았단 말이야."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한 심정은 '학교에서 뭘 그런 걸 가르쳐서'였습니다. 이 날 이후 딸아이는 제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날 때마다 코를 막으며 눈살을 찌푸렸고, 저도 나름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받고 있었습니다. 마침, 육아 휴직하느라 회사도 쉬게 되었고 결심했습니다.
"그래, 일을 안 하면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으니 이번 참에 진짜 담배 한번 끊어보자!"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만 금연 시도는 꾸준히 실패해 왔기에 동네 보건소의 금연 클리닉에 등록했습니다. 나름 잘 끊었고 6개월 후 보건소로부터 고비는 넘겼으며 이제 관리만 잘하시면 된다는 축하 문자를 받았습니다. 금연성공에 대한 기쁨도 잠시,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금연만 성공하면 건강해지는 줄 알았는데분명 담배를 안 펴서 몸이 건강해졌다는 것을 느끼겠는데 동시에 몸이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금연을 하며 살이 10kg가량 찐 것입니다. 우연히 회사에 갈 일이 있어 갔는데 직장 동료들이 하나같이 놀라며 물었습니다.
"어디 아픈 것 아니에요? 너무 많이 부었는데?" 사실 금연하고 육아휴직 하며 애 보느라 바깥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었고, 금연해서 더 건강해진 줄 알았는데 되레 건강을 걱정하는 분들을 보니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해서 몸무게를 재었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헉! 이거 금연이 최고가 아니구나. 비만도 무서운데? 이번 기회에 운동을 다시 하자. 예전에는 걷기를 했으니 이젠 조깅을 해보자.' 조깅 다이어트를 결심했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으며 준비를 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바로 달렸습니다. 이때가 2018년 2월쯤 됩니다.
두 달간 매일 한 시간 정도 달렸습니다. 조깅을 시작한 첫 날의 고통스러움이 생각납니다. 몸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살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거 이러다 무릎 나가는 거 아냐?' 최대한 조심히, 천천히 달렸습니다. 귀에는 평소 못 들었던 팟캐스트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일주일, 이주일 가며 달리는 속도가 빨라짐을 느꼈습니다. 몸무게도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체중도 줄어듦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몸이 가벼워지니 또 다른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 이왕 체중을 줄이는 것, 요요현상을 막기 위해 근력운동도 해야겠다.'
이전에도 다이어트를 성공한 적이 있었지만 곧 요요현상이 왔었습니다. 그래서 헬스장에 등록해서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헬스장을 이용할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심심했던 것이었고 한번 안 나가니 다시 나가기 참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해서 이번에는 헬스장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나의 몸무게를 이용하여 운동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홈트(홈트레이닝)입니다.
당시에는 육아휴직 중이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쉬웠습니다. 오전에는 근력운동으로 크런치(바닥에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복부에 힘을 주면서 상체를 들어 올리는 동작),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 턱걸이를 했고 오후에는 한시간 정도 조깅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직전 플랭크(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직선이 되도록 엎드린 상태에서 손이나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버티는 동작)를 했습니다. 플랭크는 처음 할 때 10여 초 였지만 후에는 1분을 거뜬히 넘겼습니다.
마흔 넘어 처음으로 턱걸이를
초기에 다이어트를 할 때는 체중계에 매일 아침 올라갔습니다. 하루하루 달라진 몸무게를 측정했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았고 인바디를 이용해 체지방분석을 했습니다. 몸의 근력과 지방의 비율변화에 집중했습니다. 비록 몸무게는 그대로지만 지방과 근육량의 변화를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출근을 하고 나니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조깅은 계속 하고 싶었습니다. 조깅의 매력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달리다 보면 기분이 좋아졌고 상쾌한 마음이 듭니다. 해서 지금도 주말과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일부러 달리러 나갑니다. 조깅 외에 다른 것은 모두 못하지만 딱 한 가지 매일 하는 것이 있습니다. 턱걸이입니다.
저는 현재 40대 초반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 힘으로 턱걸이를 한 개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팔을 쭉 뻗은 상태에서 턱걸이 5개 정도 합니다. 개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저에게 턱걸이를 전도해 주신 분께서 턱걸이 하나 하는 법을 친절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내 삶에 턱걸이는 없다!'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저는 말씀을 들으면서도 믿지 않았습니다. 저는 분명, 보통 사람들보다 몸이 무겁고 힘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르쳐준 대로 하다 보니 팔 힘이 늘어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턱걸이 한 개를 성공했고, 그 날의 감동은 잊을 수 없습니다.
저의 턱걸이 방법을 소개드리자면, 우선 초보자용 턱걸이 밴드를 구입했습니다. 두꺼운 고무밴드인데 이것을 봉에 걸고 발바닥으로 밟고 턱걸이를 합니다. 고무줄의 탄성을 이용해 쉽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올라갈 때는 한 번에 쑥~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최대한 팔 힘으로 견디며 천천히 내려옵니다.
처음 턱걸이를 시도하시는 분은 철봉에 바로 매달려 있기도 힘듭니다. 저절로 몸이 앞뒤로 움직입니다. 우선은 철봉에 매달리는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5초, 10초, 20초 매달리다 보면 악력이 증가합니다. 어느 정도 악력이 강해졌을 때, 철봉에 매달려도 몸이 흔들리지 않을 때 턱걸이 밴드를 이용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5분이라도 짬을 내면
솔직히 제가 한 운동이 홈트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홈트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집에서 간단히 운동을 하고 싶었고 몸짱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가는 데 힘이 된다면 더 높이, 더 오래 아이들과 놀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빠가 힘이 없어 못 놀아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2018년 6월 말 현재, 금연한 지 280일 정도 지났고, 운동을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뱃살이 없어졌고 팔씨름을 해도 이기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턱걸이를 하니 어깨가 넓어진 것 같고, 조깅을 하니 뱃살이 빠진 것 같습니다. TV에 나오는 분들처럼 멋진 복근과 조각 같은 몸매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들과 아빠의 힘을 이용한 놀이도 하고 싶고, 아이들과 좀 더 오래 놀 수 있도록 더 건강해지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지금의 전 저의 건강상태에 대해 만족합니다. 금연도 잘 하고 있고 최소한이지만 적당한 운동으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작았던 바지가 맞게 되었고 꽉 꼈던 와이셔츠를 다시 입을 수 있습니다. 예전 바지를 입었는데 허리가 딱 맞는 기분은 특별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한다는 것이 변명이 아닙니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시간은 없지만 5분이라도 짬을 내어 턱걸이를 하고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달리려 나갑니다. TV를 보거나 폰을 보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어떻든 지나가는 한 시간을 운동을 하며 보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의 홈트레이닝에 대해 기사를 썼습니다. 운동량도 상당히 부족하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뭔가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저 자신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더욱이 그것이 건강에 좋은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홈트레이닝은 그리 힘들진 않지만 효과는 확실합니다. 운동을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가볍게 운동을 시작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운전하며 보는 세상과 달리며 보는 세상은 다릅니다. 계절의 변화도 느끼며, 몸과 마음의 변화도 느낄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합니다. 당신의 건강이 제일 소중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