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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9일 열린 포럼
지난 6월 29일 열린 포럼 ⓒ 인터넷언론인연대

교육부가 지난 6월 29일 충남대학교 백마홀에서 개최한 '2022학년도 수능 과목 구조 및 출제범위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에서 국어 과목의 '화법', '작문', '문법' 등을 필수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의 대입정책포럼은 총 6회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이날 제5차 포럼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5회의 포럼이 ▲대입정책 방향, ▲학생부 등 전형요소의 공정성 등 다소 모호한 정책 방향성을 다루는데 비해 제5차 포럼 주제가 수능과목 출제범위에 대해 논의하면서다.

실제 교육부는 2022 대입수능과 관련 이날 처음으로 연구팀의 주제 발제를 통해 국어의 경우 ▲독서(15문항)와 문학(15문항), 총 30문항을 필수영역으로 출제하고 ▲언어와 매체(15문항) 혹은 화법과 작문(15문항)을 선택영역으로 제시했다.

풀어서 말하면, 대입 수능국어 총 45문항 가운데, 독서·문학 30문항은 무조건 필수로 출제되고, 나머지 15문항은 출제된 언어와 매체(15문항), 또는 화법과 작문(15문항) 가운데 수험생이 골라서 시험을 치르는 구조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첫 번째 드는 의문은 문법은 어디로 갔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의 대답은 '언어와 매체 속으로 들어갔다.'이다. 두 번째 의문은 독서와문학은 30문항이고 국어 문법(언어)는 산술적으로 7.5문항이다. 게다가 국어 문법(언어)는 선택과목이다. 국어 문법이 독서와 문학에 비해 그처럼 하찮은 과목이었나 하는 의문이 저절로 드는 대목이다.

세 번째 의문은 '언어와 매체'와 '화법과 작문' 가운데 선택하라면 어느 것을 고를 것인가이다. 언어는 '문법'이고 암기사항과 헷갈리는 내용이 많아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매체는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예시문으로 출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범위도 불안정하고, 처음 도입되는 것이어서 출제 경향도 나와 있지 않으며, 우리 사회 최고 수준의 문장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이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에, '화법과작문'은 이미 출제범위가 나와있고, 출제 형태도 정형적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이들 영역을 외면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교육부의 2022 수능 국어과목 출제범위안이 채택될 경우, 수학능력시험이 학교 현장 교육을 지배하는 현재의 구조를 고려하면 고등학교 국어과의 선택 과목 중 <독서>와 <문학>은 유지되지만 <언어와 매체>와 <화법과 작문>은 매우 위축되거나 심지어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2월 27일 교육부가 2021 대수능 국어과 시험 범위를 논의하면서 애초에 설문조사를 통해 <언어와 매체>를 제외하는 안을 관철하려 했다가 한글 관련 단체 등의 반발로 물러선 후 또 다시 2022 대입수능 범위에서 이와 유사한 안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 극복 위해서라도 국어 과목 축소해서는 안돼

이날 제5차 대입정책포럼에서 국어과 토론을 맡은 김창원 교수(경인교대)는 "교육부 안에 대해서 국어교육계가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결국 요점은 매체 과목을 수능 과목으로 넣을 것이냐 안 넣을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언어와 매체' 과목에서 '매체'라는 과목이 갖는 불안정성과 이로 인해 '언어(문법)'이 함께 선택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면하기 위해서는 우선 '매체'를 제외하는 응급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만약 매체 과목이 지니고 있는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인식한다면, 결국 2021 수능에서처럼, 그리고 현재의 수능에서처럼, <화법과 작문>, <언어>(문법), <독서>, <문학>을 수능 과목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청석 토론자로 나선 이금영 교수(충남대)는 "언어는 기본적으로 사고의 도구이고 학습의 도구"라면서 "한국어의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하다. 한국어 문법을 학생들이 너무 몰라서 영어 문법 지식을 갖고 한국어 형용사를 설명하는 실정"이라면서 한국어 문법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또한 점점 증가하는 한류 속에서 한글과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런 때 국어 과목의 축소는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더불어 남북한 화해 무드 속에서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국어 과목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선택을 하라는 교육부안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어문교육연구소장인 고려대 이관규 교수는 전화 취재에서 "'언어와 매체'라는 과목에서 '매체'가 수능 영역으로 부적절하다는 논의는 계속 있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이런 안을 내놓은 것에는 국어과의 과목 수를 줄여서 다른 과목의 시수를 늘이려는 의도에서일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국어 교육을 약화시키려는 안을 내놓는 것은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면서 "수업 시수 축소를 말한다면 '공통 국어' 하나만을 수능 과목으로 하고 나머지는 말 그대로 선택 과목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더욱이 남과 북이 화해하고 같이 살아가기 위해 언어의 이질성 극복을 위해 필수적인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지금 시점에서 추진해서는 더욱 안 될 것"이라면서 "올바른 우리말과 우리글이 교육이 없이는 우리 문화도 없고, 교육부의 존재 가치도 없다는 점을 교육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국어교육 관련 학회와 연구소 교육부 장관에 의견서 통해 강하게 반발

이러한 교육부의 '2022 대입수능 국어 변경안'은 지난 6월 29일 제5차 대입정책포럼 개최후 더욱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국어교육 관련 학회와 연구소 등은 1일 교육부 장관에게 보낸 의견서를 통해 "교육부에서 제안한 안은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학교 현장의 교육을 지배하는 현재의 구조를 고려하면 교육부 안이 채택될 경우 고등학교 국어과의 선택 과목 중 <독서>와 <문학>은 유지되지만 <언어와 매체>와 <화법과 작문>은 매우 위축되거나 심지어 고사하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같이 지적하면서 "▲<문법>은 <화법>이나 <작문>, <독서>, <문학>의 기초를 제공해 주는 영역이므로 당연히 교육되어야 한다. ▲<화법>이나 <문법> 교육은 남과 북의 언어생활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청소년의 언어생활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의 상당 부분은 올바른 언어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화법>, <작문>, <문법> 교육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교육부 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의견서를 보낸 국어교육 관련 학회와 연구소는 한국화법학회장 전은주(부산대) 한국문법교육학회장 강현화(연세대) 한국작문학회장 박영민(한국교원대) 국어교육학회장 류덕제(대구대) 한국국어교육학회장 김정태(충남대) 국어교육학회장 서혁(이화여대) 한국어교육학회장 김창원(경인교대)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장 윤대석(서울대) 한국어문교육연구소장 이관규(고려대) 등이다.


#대입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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