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삼성, 태광, 신한금융 등 금융회사들이 계열회사 임원이나 소송을 함께 진행했던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등을 사외이사로 두는 경우가 많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경제개혁연구소는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2018)' 보고서를 내고 전문성·독립성 문제와 관련해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가 올해 3월 기준 162명(43.4%)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금융회사 중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는 국유회사,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 등 93곳을 법정 자격요건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조사했다.
전문성, 고위공직자·금융연구원 출신, 친정권 정치활동, 장기 재직, 겸직 문제, 이해관계·이해충돌, 학연·기타 친분 관계 등을 기준으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외이사를 파악한 것.
그 결과 교보(72.7%), 삼성(63.2%), 태광(60%), 신한금융(58.5%), 기업은행계열(57.1%), 미래에셋(54.5%), 한화(53.3%) 등에서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백혈병피해 소송 대리 로펌의 임원이 삼성화재 사외이사로연구소는 교보의 경우 사외이사 11명 가운데 8명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이 중 3명이 계열회사 임원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중효 전 교보생명 부회장, 황성식 전 교보생명 부사장이 교보생명 사외이사로 있고, 신유삼 전 교보생명 전무는 교보증권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 삼성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등 소송·자문 관계에 있는 법률사무소와 고위공직자 출신이 많다는 것이 연구소 쪽 설명이다. 삼성그룹의 사외이사 19명 가운데 12명에 대해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중 7명이 관계 로펌에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에 따르면 삼성SDI-제일모직 합병 자문을 맡았던 회사인 태평양의 허경욱 고문은 삼성생명 사외이사, 안영욱 태평양 변호사는 삼성자산운용 이사로 활동 중이다. 더불어 삼성전자 백혈병피해자 소송 상대방 대리를 맡았던 회사인 화우의 김성진 고문과 삼성물산 소송을 대리했던 율촌의 박대동 고문은 현재 삼성화재 사외이사로 있다.
이와 함께 삼성화재 부동산펀드의 대출거래 자문을 했던 법률사무소 율촌의 양성용 고문과 삼성가 상속분쟁 소송 대리를 맡았던 회사인 원의 박종문 변호사는 삼성카드 사외이사를 지내고 있다. 또 삼성생명의 삼성선물·자산운용 지분정리 자문을 맡았던 로펌인 세종의 문경태 고문은 삼성증권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영상예술 전공자가 자산운용사 사외이사...우호주주·고위공직자 출신도
더불어 연구소는 태광의 경우 전문성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10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6명이 검증이 필요하며, 그 중 5명의 전문성이 의문시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연구소는 "흥국자산운용의 경우 사외이사 3명 중 서혜옥 이사는 영상예술을 전공했고 장시열 이사는 자동차공학 전공"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한금융의 경우 일본계 주주를 비롯한 우호주주와 고위공직자 출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1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검증이 필요한 이사는 24명이며 이 중 우호주주는 12명, 고위공직자 출신은 6명이라는 얘기다.
신한금융지주의 김화남, 박안순, 최경록, 히라카와유키 이사가 일본계 주주였고, 신한은행의 후쿠다히로시 이사와 제주은행의 이상훈1 이사도 일본계 주주 출신이다. 이와 함께 신한생명의 마사이코지, 정천용 사외이사와 박평조 신한카드 이사도 일본계 주주였다.
더불어 신한금융에는 고위공직자 출신 사외이사도 많았다.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로, 박원식 전 한국은행 부총재는 신한은행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신한생명 이사로,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한금융투자 이사, 김성렬 전 행정자치부 차관은 신한카드의 사외이사로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고위공직자도 금융회사 사외이사로 활동또 국유회사인 기업은행 계열의 경우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검증이 필요한 이사는 4명이며, 이 중에서 친정권 정치활동 경력이 있는 인사는 3명이라고 연구소 쪽은 설명했다. 김정훈 전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은 기업은행 이사로,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단원갑 지역위원장과 임재훈 더민주 정재호 의원 정무특보는 IBK저축은행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에서는 11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검증이 필요한 사외이사가 6명, 그 중 고위공직자 출신은 3명이었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권태균 전 주 아랍에미리트 대사가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한화의 경우 계열회사 임원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연구소 쪽 설명이다. 한화의 사외이사 15명 가운데 8명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고, 이 중 4명의 사외이사가 계열사 임원 출신이라는 것이다.
조규하 전 한화증권 전무이사가 현재 한화생명보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안승용 전 한화유통 상무는 한화손해보험에서 이사를 지내고 있다. 최명식 전 한화에너지 상무는 한화자산운용에서, 이청남 전 한화S&C 대표가 한화투자증권에서 사외이사로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구소는 "사외이사를 로비스트 또는 방패막이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우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등을 위해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하거나 법적 자격요건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소 쪽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