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분들이 특수활동비를 정당하게 받는 사례를 잘 모르겠더라. 지금 현재 저희가 받은 데이터로는 국회가 특수활동비 제도를 유지해야 할 이유를 못 찾고 있다."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이 5일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에서 내린 결론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4일 오후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서 1529장을 공개했다. 국회사무처는 참여연대 등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않다가 지난 5월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 이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3년 간 특수활동비로 약 239억 원을 사용했다. 2011년 1월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은 해외출장 때 출장비와 별도로 7280만 원을 특수활동비로 지급받기도 했다.
"교섭단체 대표들한테 매월 한 4000만 원씩 들어가고..."가장 큰 문제점은 '이중지급'과 '깜깜이 지출'이었다. 사용내역을 알 수 있는 영수증 등 증빙자료가 전혀 없었다. 기밀이 요구되는 정보 및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지출되는 경비인 특수활동비가 마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었던 셈이다.
서복경 소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데이터를 보니까 매월 특수활동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급여성으로 들어가는 돈이 절반 이상이 넘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교섭단체 대표들한테 실제 매월 한 4000만 원씩 들어가고, 짝수달엔 6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정도가 들어갔다"라면서 "(다른 상임위원장 등에 들어가는 특수활동비까지 포함 시) 당해년도 특수활동비의 절반, 40억 이상이 급여성으로 매월 입금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명목상 교섭단체나 위원회 활동을 위한 사업성 경비로 보이는데 문제는 국회 예산 편성 때 이런 사업성 경비 항목도 다 별도로 있다"라며 "(특수활동비 용처로 밝힌)의정활동 지원, 위원회 지원, 의원외교 지원 이런 내용들이 국회 공식 예산 편성 항목에 다 있다"라며 질타했다. 즉, 특수활동비 지급을 통해 사실상 의원들이 세비를 이중지급 받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깜깜이 지출'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서 소장은 "일반 예산 편성이라고 하면 영수증 증빙을 해야 하는데 2011년 당시 박희태 의장은 각각 (특수활동비로) 7천만 원씩, 5천만 원씩 이렇게 들고 (해외 출장) 나가셨다"라며 "한번 나갈 때마다 그런 덩어리 돈을 들고 나가셨는데 (특수활동비가) 영수증 증빙 필요가 없으니 어디다 썼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뿐 아니라 행정부도 쌈짓돈으로 특수활동비 쓰는 것 아니냐"이러한 맹점이 앞서 논란이 됐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으로 이어졌다고도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게 되자, 이 돈이 2008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원내대표 시절 받은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생활비로 빼서 모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홍 전 대표의 주장은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서 소장은 "(홍 전 대표)그분이 가져간 직책비가 특수활동비에서 매월 나가는 그 돈이다. 그러면 계속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특수한 활동을 할 때만 일시 지출해야 하는 특수활동비를 월급처럼 받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이 특수활동비를 정당하게 받는 사례를 잘 모르겠더라"라며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 수사 등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활동이 있을 때 영수증 증빙을 할 수 없을 경우에만 건당 지급되도록 돼 있다"라고 꼬집었다.
국회만 아니라 행정부·국가정보원 등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서 소장은 "2018년 기준으로 보더라도 국회 특수활동비는 61억 원인데 행정부하고 사법부까지 다 하면 이 특수활동비 금액이 3200억 원이다. 국가정보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거의 8000억 원이 넘는다"라며 "국회뿐 아니라 행정부에서도 쌈짓돈으로 이 돈(특수활동비)을 쓴다는 관행이 만연한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