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사 중심의 혁신 전권 비상대책위 구성 등을 골자로 한 '김성태 혁신안'이 한 고비를 넘겼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수습방안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혁신 비대위에 대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반가량 진행됐으며, 100여 명의 원외 당협위원장이 참석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계파 갈등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차분하다.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진 않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비공개로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던 간담회에선 한두 차례 고성이 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했지만 박수 소리도 여러 차례 들렸다.
친박(친박근혜) 측의 공세를 받고 있는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에게는 한시름 덜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 권한대행은 현재 심재철 의원 등 14명으로부터 자신의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의원총회 소집 요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오는 17일 예정된 당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추인을 받는 '표 대결'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원외 당협위원장의 지지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만장일치로 혁신 비대위 지지"... 다음 고비는 의원총회?
김 권한대행은 비공개 간담회 시작 전부터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위원장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새벽밥 먹고 오느라 고생하셨다"라고 살갑게 대했다.
또한 "실질적인 쇄신과 변화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에 안주하는 집권세력으로서 다음 총선에서 완전히 국민들로부터 해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혁신 전권 비대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혁신의 혁신"이라며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또 함께 이겨나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위원장들 의견 심각하게 수렴하고 우리 나아가야 할 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안상수 혁신비대위준비위원장도 "준비위원회는 여러 가지 인적 사항과 필요한 부분들을 준비해서 (혁신비대위가) 출발할 때 차질 없이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민과 소외된 이웃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좋은 정책과 방향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너무 자학할 필요는 없다"라고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다독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김 권한대행은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혁신 비대위를 통한 당 혁신'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혁신 비대위를 통해서 당의 진정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씀을 만장일치로 한결같이 주문했다"라면서 "그러기 위해서 우리 자신의 기득권을 다 내려놓는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도 주문했다"라고 말했다. 또 "혁신 비대위가 출범하기 전에 다양한 원외위원장들의 의견을 지도부가 더욱 더 수용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권한대행의 다음 고비는 내주 중 소집될 의원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심재철 의원 등이 제기했던 의총 소집 요구에는 응하지 않더라도,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의총 등을 통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상수 위원장 역시 '17일 전국위 전 비대위원장 후보 결정'을 강조하면서 12일 의총소집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