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윤,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리특별위원장을 하면서 (구체적인 집행 근거도 없이) 특수활동비를 받아 갔다. 양심이 있다면 오늘 당장이라도 반납해야 한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이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2011년부터 2013년 치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 분석 결과를 전하며 두 현직 의원의 이름을 강조했다. 예산결산특별위와 윤리특별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와 겸직이 가능한 상설특위 위원장을 지내며, 회의도 제대로 열지 않고 매달 600만 원가량의 특활비를 활동비 명목으로 타갔다는 분석이었다.
"도대체 무슨 정보 수사 활동을 했기에..."실제로 참여연대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벌여 입수한 당시 특활비 수령 내역을 보면, 정 의원과 이 의원은 각각 2011년 6월~2012년 5월, 2013년 6월~2013년 12월 등의 기간 동안 예결위원장 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600만 원가량을 수령했다. 이들은 또한 예결위원장 취임 직전 각각 2011년 1월부터 2011년 5월(정갑윤), 2012년 7월부터 2013년 5월(이군현) 윤리위원장을 맡아 역시 같은 수준의 금액을 특활비로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의 의문은 간단하다. 국가 기밀을 요구하는 업무, 또는 정보 수사가 필요한 사건 발생 시 관련 활동을 위한 경우에만 영수증 증빙 없이 지급되는 특활비. 그 원래 목적을 떠올렸을 때, 1년에 4~5차례만 회의를 열어온 윤리특위 및 예산 심의 기간에 집중 가동되는 예결위의 위원장들이 왜 매달 수백만 원씩의 특활비가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결위는 하반기에 결산 예산 심사에 집중하는 특위고, 윤리특위는 속된 말로 '개점휴업 특위'로 유명하다. 2011년에는 4번, 2012년에는 다섯 번, 2013년에는 네 번의 회의를 열었다. 윤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이 무슨 정보활동을 했는지, 매달 600만 원씩 받아갔다"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이후 두 의원에게 관련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문의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매달 입금 되는 돈 말고도, 수석전문위원들의 비정기 요청금도 있었다. 서 소장은 "예결위는 또한 수석전문위원들이 총 78회에 달하는 특수활동비를 지급받았다. 예산 심의 활동과 관련해 (진행한) 78차례의 정보 수사 활동이 있었던 것인가? 그 내용은 뭔가"라고 반문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윤리특위 또한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에 윤리특위 정기국회 대책비 300만 원, 윤리특위원회 활동지원비 700만 원을 수석전문위원에게 지급했다.
국회사무처의 3년 특활비 공개 방어 "세금 낭비"
"3년 걸렸다. 받아보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생각했다. 그 상자 속에는 엉망진창 국회의 모습이 들어있었다."2015년 5월 정보공개청구를 시작으로 최근 대법원 최종 승소까지. 원고로서 국회 특활비의 맨 얼굴을 목도한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결과에 대한 착잡함과 함께, 긴 시간 빗장을 걸어 잠근 국회사무처를 향해서도 비판을 던졌다. 그간 발생한 900여만 원의 소송 비용도 받아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회만큼은 아닐 수도 있지만 특활비가 편성돼 있는 중앙행정기관 또한 시궁창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라면서 "(재판 당시) 판사가 '국가기밀사항이 적힌 게 없다, 정보원을 만났느니 하는 것도 없지 않나'라며 비공개 사유가 없다고 했다. (법률 비용 등)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사무처가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예결위, 윤리특위 등 상설특위의 특활비 문제 외에도 ▲ 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등에게 제2의 월급으로 특수활동비 지급 ▲ 법사위, 위원장 외 간사, 위원, 수석전문위원에게 특활비 배분 지급 ▲ 수령인 기재 없이 급여성 경비 명목으로 특활비 4분의1가량 지급 ▲ 국회의장 해외순방마다 수천만 원 상당 지급 ▲ 의원연구단체에 시상 비용으로 매년 5억 원씩 차등 지급 등 의혹으로 제기됐던 특활비 운용 실태를 사실로 확인했다.
"국회의원 스스로 '받지 않겠다' 선언하라""교섭단체장이라고 해서 주고, 상임위원장이라고 주고, 법사위 간사, 위원이라고 주고, 회의가 안 열려도 주고. 국회 특활비가 있을 이유, 이 시점부터 없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 이후 왜 아무도 공개적으로 납부하겠다는 목소리를 내지 않나."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명목과 상관없이 지출되는 막대한 국회 특활비를 의원 스스로 "받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기를 촉구했다. 최근까지도 '업무 마비'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국회 상황도 함께 언급했다. 비위 사실 여부 등 구체적 사용처에 대한 감시는 감사원이 행동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 처장은 "최근에도 사법개혁특위나 정치개혁특위 등 여러 특위가 있었다. 위원 누구할 거냐고 싸우다가 기관 업무보고 듣고 끝나는 식이다. 그래서 2014년 이후 자료를 요청했다. 내놓지 않았다. 국회는 자진해서 내주길 바란다"라면서 "또한 감사원이 즉각 감사를 나서야 한다. 이 상태를 두고도 아무 일 없이 접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감시의 대상은 국회 밖에도 있다. 박 처장은 "경찰청, 국무총리실, 법무부, 방위사업청, 정부부처 곳곳에 지난주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라면서 "해당 부처가 답변을 반드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근용 집행위원 또한 "국회 특활비 지출만 공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라면서 "앞으로 국회뿐 아니라 특활비가 편성된 다른 중앙행정기관의 내역에 대해서도 정보공개 청구 운동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