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는 올해 2월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로 활동하는 노무사들이 특성화고 졸업생들과 특성화고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보라 : 취업반에서 진학반으로 진로 변경. 현재 대학 재학 중.
빨강 : 무역학과 전공. 콜센터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퇴사.
파랑 : 무역학과 전공. 학기 중 금융기관에 선입사 하여 현재까지 근무 중.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일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일 것 같은데요. 특성화고를 지원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부모님이 인문계가면 그냥 공부해야 한다고 한 점에서 인문계의 그런 점이 싫어서 오히려 특성화고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학교에서 회계과목을 배우는 데, '회계가 뭐지?' 하고 궁금하긴 했고, 회계학원 다니면서 자격증 따기도 했고, 수학을 좋아해서 적성에 맞기도 했어요." (보라)

- 그럼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 전공 과를 바꿀 수 있나요?
"바꿀 수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요. 근데 과에 대해서 크게 불평한 것보다는 특성화고가 맞지 않아서 불편한 경우가 많았어요. 어차피 배우는 것은 많았거든요." (보라)

- 보라씨는 처음에는 취업반이었다가 3학년 때 진학반으로 진로를 바꿨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면접을 보는 게 두렵기도 했고, 저는 수능 끝나고 학교 대학교에 대한 홍보 같은 것을 듣다가 경찰 쪽에 관심이 생겨서 진학으로 바꿨어요." (보라)

- 진학반과 취업반은 좀 다르겠죠? 배우는 과목도 그렇고...?
"배우는 과목은 2학년 때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3학년 때부터는 과별로 더 바뀌게 돼요. 진학반의 경우, 3학년 때 자습시간을 많이 줘요." (파랑)

- 개인공부시간을 줬다는 것은 진학을 위한 기본교육을 제대로 시켜주지 않은 것 아닌가요? 진학반이라고 하면 최소한 수능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교육을 보장을 해주어야 하는데...

학생들은 대학진학을 원하지 않거나 취업을 위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서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전공과목이 적성에 맞는지 여부보다 특성화고 자체가 본인과 맞지 않아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우리가 모르는 학교 내 분위기가 있는 걸까? 그리고 실습현장에서는 무슨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 또한 진학반 학생들의 경우 최소한 수능과목은 수업시간에 다뤄야하지 않을까?

"진로탐색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보통 취업이나 현장실습 공고가 나오면 거기 나가는 학생들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공고를 붙여놓으면 원하는 친구들은 지원할 수 있어요. 아니면 특성에 맞는 애를 선생님이 따로 불러내서 한 번 씩 더 추천하는 경우도 있어요." (빨강)

"반마다 분위기가 다르긴 한데 어떤 반은 회사 공고가 나오면 반 전체보고 다 지원해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반은 담임선생님이 공고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학생들의 성격이나 적성을 고려해서 회사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어요." (보라)

"근데 이렇게 선생님이 애들은 일일이 불러내서 회사 지원을 권유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렇다고 권유나 추천을 아예 안하면 선생님이 관심이 없나 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요." (파랑)

- 근데 왜 굳이 학생들을 매칭시켜려고 하는 거에요? 그럴 필요가 있나요?
"(회사 조건이 별로여서) 애들이 지원을 안해요."  (보라·빨강·파랑)

- 취업·현장실습 지원할 때 학생들은 어떤 근로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보나요?
"임금수준도 보고, 그 다음엔.. 복리후생? 근로시간도 많이 봐요. 그런데 오히려 애들은 주6일 근무하려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보라)

"주로 대기업이나 그 정도 규모 되는 기업이 연봉도 높고 인기가 많아요. 성적도 좋아야 하고 정말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에요." (파랑)

-현장실습 갈 때 성적을 반영해요?
"금융기관같은 좋은 곳은 성적을 봐요." (빨강)

"회사에서 먼저 '내신 몇 프로 이상' 같은 조건을 제시해요." (보라)

- 공고에 '내신 몇 프로 이상' 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요?
"네. 쓰여 있어요."  (보라·빨강·파랑)

"내신 성적을 반영안하는 곳은 적성을 보기도 하고, 조금 이름 있는 곳들은 모두 내신성적을 반영한다고 보면 돼요. 중소기업 같은 곳은 잘 안보고." (파랑)

- 내신 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그런 건가요?
"아예 지원을 못하니까요... 학교에서도 내신 성적 높은 애들부터 위에서 자르는 경우가 있어요." (빨강)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이력서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이력서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이력서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이력서 ⓒ 유승현

- 이렇게 성적순대로 지원자를 거르는 것을 학교에서 하는 건가요?
"네, 학교에서 조절해요." (보라)

"기관마다 조금씩 달라요. 학교로 공문이 오는 경우에는 학교가 서류를 받아서 지원시키는 거라서 개별적 지원이 안돼요. 서류를 전산상으로 보내는 곳에서는 기업에서 성적순으로 자르는 것 같구요." (파랑)

- 현장실습인데 지원했다가 떨어지기도 하는 구나... 굳이 이런 경험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학교에서는 압박면접도 해요." (파랑)

"경쟁률이 높은 좋은 기업은 지원자가 많아서 학교에서 1차적으로 면접을 보기도 해요. 1차적으로 어느 정도 선발하면서 마음에 드는 학생 있으면 그런 애들 밀어주기도 하구요." (보라)

"그리고 학교에서는 '자가취업하려면 어디 취업할 건지 먼저 말해라'라고 하는데... 좀 부당한 게 친구가 **자가 취업하겠다고,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낸 기업을 선생님께 얘기 드렸더니 선생님이 그 기업 공고를 보고 '괜찮네' 하면서 반 전체에 공개시켜버리고 애들 다 지원시켰어요. (결국 찾아낸 학생은 떨어지고, 성적 높은 학생이 취직하게 됨)" (파랑)

"그래서 어떤 애들은 일단 지원하고 마감 다음날 얘기하기도 해요." (빨강)

"그리고 자가 취업했는데 학교에서 인정해주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학교가 취업인정 안 해주면 출석인정이 안 되거든요." (파랑)

**자가 취업 : 학교를 통하지 않고 학생이 직접 채용공고를 알아보고 지원 및 취업하는 것 - 기자 주

- 그러면 대체로 학생들은 본인이 속한 과와 관련 있는 곳으로 현장실습 나가거나 취업하나요?
"아니요. 성적에 맞춰서 가요."  (보라·빨강·파랑)

"제가 무역학과니까, 무역 쪽으로 나가고 싶다고 선생님께도 말씀드렸고, 전공한 과와 관련된 곳으로 취업하고 싶다고 하면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선생님이 '너 그런데 가면 못 버틴다'고 그랬어요." (파랑)

그리고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도 취업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학교의 평판이 크게 좌우하는 것 같아요. 좋은 은행은 △△여상이나 이런 좋은 학교에서 가니깐 저희는 꿈도 못 꿔요." (보라)

"저희 학교에는 무역회사 공고가 잘 들어오지 않아요. 같은 학교 선배가 무역회사 들어가긴 했는데 그 분도 학교에서 공고가 뜨거나 선생님이 추천해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기가 찾아서 들어갔다고 했어요." (파랑)

"그냥 아무데나 취업하려고 해요. 적성에 안 맞아서 바꾸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 실습자리를 구해야 하니깐." (빨강)

"서울시에서 취업률 압박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특성화고를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학교입장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야 학교 홍보도 잘 되니깐 학교 스스로 취업률에 압박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파랑)

- (전공보다는 성적에 맞춰서 실습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그럼 현장실습 갔다가 적성에 안 맞는 등 학교로 다시 돌아온 친구들한테는 학교에서 어떻게 하나요?
"사람을 많이 뽑아서 들어가기 수월한 곳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새로 따른 자리를 알아봐주는데, 취업하기 어려운 곳에 갔다가 돌아오면 냉대하는 경우가 있어요." (파랑)

-왜요?
"현장실습업체에서 학교 이미지를 안 좋게 볼까봐 그런 거죠." (빨강)

일반적으로 현장실습 업체의 임금수준은 연봉 2200만 원 정도로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며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경우 연봉은 대략 2500~3000만 원 정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업체의 현장실습 선발 시 적성이나 전공, 흥미, 직무 적합도와 같은 현장실습의 취지와 맞는 기준이 아닌 학교 내신이 중심이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 취업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현장실습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해당 직무와 적성이 맞고, 교육을 받고 싶은 학생들이 그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심지어 학생 스스로 자가 취업(현장실습처를 스스로 알아본 경우)을 위해 알아본 취업처를 해당학생의 동의 없이 전체공개를 통해 성적이 높은 학생에게만 그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현장실습 취지에 맞지 않는 전형적인 사례다. 더불어 자가 취업을 고려하는 학생들은 출결관리 차원에서 학교에서 출석인정 해주는 현장에서 실습할 수밖에 없고, 이는 학생들의 선택을 제한하게 된다.

특성화고의 목적과 현장실습의 취지대로라면 학생들이 산업현장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교육과 그것을 그야말로 실습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위의 이야기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서울시에서 취업률 압박을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특성화고를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학교입장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야 학교 홍보도 잘 되니깐 학교 스스로 취업률에 압박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라는 답변에서 학생들이 느꼈을 학교 내 분위기를 알 것 같다. 학교는 취업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러한 고민의 중심에 학생이 없다. 그렇다면 실습 현장은 어떨까? 2부에서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느낀 실습현장, 그리고 현장실습에 기대하는 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현장실습#특성화고#성적순 이력서#청소년노동인권교육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