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직원들이 익명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노조원의 가족을 성적 비하한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다. LG화학노동조합 청주지부는 지난 23일 지부소식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노동조합이 공개한 게시글을 보면 "니네 마누라들은 니네가 ㅇㅈㄹ하는 거 아냐? 내가 00에서 먹은 0들 수두룩 하더라", "남편 야간수당 값으로 호텔 가더라" 등 입에 담긴 힘든 표현들이 즐비했다.
블라인드 어플리케이션 사용을 위해선 본인이 직접 사내 메일을 통해 인증절차를 거쳐야하는 만큼 문제의 글은 외부인이 아닌 현직 직원이 올렸다는 것에 노조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LG화학 노동조합 간부 A씨는 "노조원의 가족을 향한 성적비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며 "직원 익명 게시판을 통해 또 다른 일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게시글의 수위가 도를 넘어섰고 노조원들의 명예훼손은 물론 이젠 성희롱 발언까지 더해졌지만 LG화학 측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조 "또 다른 일베 만들어져"A씨는 "문제의 게시글을 담은 지부소식지를 SNS에 게시하자 사측에서 글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해당 발언들에 대한 수사의뢰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LG화학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우리가 만든 어플리케이션도 아니고 어떤 식으로 직원들이 인증을 하는지도 모른다. 게시글을 LG화학 직원들이 올렸는지도 불명확하다"며 "문제내용을 살펴보지 않은 상태라 별다른 입장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조합 소식지를 통해 해당 게시글이 알려졌지만 비단 문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미 익명 게시판엔 노조원을 향한 인격모독 발언이 수차례 게시되고 있었다. 노동조합이 제공한 게시글에는 "못 배운 00들, 빨갱이놈들아" 등 노조활동에 대한 적대감이 드러나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 A씨는 "블라인드에 간부 직원들의 경우 실명 이니셜과 함께 욕설이 자주 올라온다"며 "사실이 아닌 거짓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욕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도가 점점 지나치고 있다. 가족에 대한 비난은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원 향한 인신공격, 게시자 누구?논란이 일자 일각에선 익명성이 보장된 일부 게시판들이 자칫 노조탄압의 창구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조영은 변호사는 "만약 이 같은 익명 어플을 사용자측이 악용해 이용한 다음 노동조합의 신뢰관계를 깨트린다면 결과적으로 노조탄압이 될 수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과 인격모독, 성적비하 등 문제 발언에 대해선 해당 어플 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경찰도 LG화학에 올라온 문제 글에 대해서 범법행위가 의심된다며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청주 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사이버상 명예훼손 혹은 성희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이는 사안"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인지수사를 벌이기엔 추상적인 부분이 있지만 노동조합 가족을 상대로 게시글이 작성된 만큼 대표성이 있는 노조나 회사가 고발을 한다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의 두얼굴최근 들어 직장인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가 각광받고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나쁜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인 조현민·조현아 자매의 갑질을 폭로한 창구가 됐고 지난 2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들이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해온 내용이 이곳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블라인드 앱은 지난 2013년 12월, 개발자 정영준씨와 문성욱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팀블라인드'를 통해 공개됐었다. 문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네이버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을 당시 사내에서 운영하던 익명 게시판에서 착안해 블라인드 앱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앱은 회사 사내 이메일 계정을 통해 각 회사에 해당하는 게시판이 열리도록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전체 인원의 10% 정도, 대기업의 경우 100~200명이 모여야 게시판이 생성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충북인뉴스>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