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달라붙는 교복이 신경 쓰여서 남자 교복 상의를 사서 입는 여학생도 있어요."서울 A고등학교에 다니는 박아무개(17) 학생이 말하는 '코르셋 교복'의 실태다. 밥도 먹기 힘들 정도로 몸에 꽉 낀다는 지적이 나온 중·고등학교 교복을 '편안한 교복'으로 바꾸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오전 10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사에서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을 발족했다. 모델 몸매에 맞춘 듯 딱 붙는 디자인, 아동복과 비슷한 치수 등 교복에 대한 청와대 청원만 357건에 달할 정도로 '편안한 교복'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학생 2명, 학부모 2명, 교원 4명, 외부위원 5명 등 총 13명이 참여하는 공론화 추진단을 꾸려 교복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추진단 단장은 김종욱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맡았다.
밥 먹기도 힘든 교복..."소재와 디자인 바뀌어야"학생 대표로 추진단에 참여하는 박아무개 학생은 "평소 사이즈에 맞춰 교복을 사면 몸에 꽉 끼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러다 보니 교복을 입은 채로 밥을 먹는 게 너무 불편해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먹는 여학생들도 있다"라고 했다. 그는 "추진단에 참여한다고 하니, 친구들이 '작은 상의를 개선해달라'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다"라며 "학생으로서 제가 느꼈던 불편함은 물론 친구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그것을 위주로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임아무개씨는 "교복이 있어 아이들이 등교할 때 옷에 대한 고민을 안 해도 좋긴 하다"라면서도 "교복이 통풍도 잘 안 되고 상의는 와이셔츠, 하의는 정장바지 형태라 활동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복을 안 입기보다 소재와 디자인이 편안하게 바뀌었으면 한다"라며 "여자 교복은 치마바지로 바꾸고 남자 교복은 정장 형태에서 편안한 소재의 바지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하복 생활복인 반팔 카라티셔츠 위에 동복 생활복인 후드티를 입은 채 발대식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복장이 자유로워지니 마음도 가벼운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조 교육감은 "의복은 '의식주' 중 제일 앞에 나올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며 "불편한 교복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방해하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의 교복을 입고 이날 발대식에 참석한 김종욱 추진단장은 "(교복 공론화에 있어서) 학생들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학생 참여'를 강조했다.
이날 출범한 추진단은 공론화 과정에 대한 논의를 마친 후 8월~9월 중 전문 기관에 의뢰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학생 300명이 참석하는 학생 토론회를 열어 숙의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와 전문가 등 30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토론을 거쳐 만든 '교복 개선 가이드라인'을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검토한 뒤 11월 중으로 확정된 교복 개선 최종안을 각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다.